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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걸음/ 육상 800m 출전 아타르 사우디 여성 최초 올림픽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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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걸음/ 육상 800m 출전 아타르 사우디 여성 최초 올림픽 달려

입력
2012.08.0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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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을 향한 큰 발자국을 내디뎠습니다."

무더운 날씨였다. 사라 아타르(20ㆍ사우디아라비아)는 머리를 덮는 흰색 후드와 녹색의 긴 소매 상의, 발목까지 가리는 운동용 런닝 팬츠로 온 몸을 꽁꽁 감춘 채였다. 경기를 마친 아타르의 얼굴에서 비오 듯 땀이 흘렀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아타르의 표정은 밝았고 환희에 차 있었다. 자리에서 모두 일어난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내자 아타르는 손을 크게 흔들며 보답했다.

9일(이하 한국시간) 런던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육상 800m 1라운드에서 아타르는 1위로 통과한 미국의 앨리시아 존슨(2분00초47)보다 44초나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조 최하위(2분44초95). 함께 경기에 출전한 다른 선수들보다 트랙에서 한 바퀴 가까이 뒤처진 것으로 실력 면에서는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하지만 아타르에게 경기 기록이나 예선 탈락은 중요하지 않았다.

남성의 동반 없이는 여성의 문밖 출입도 삼가게 할 정도로 여성 인권 인식이 약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자 육상 선수로 당당히 올림픽에 나가 그 주역이 됐다는 점에서 아타르의 완주는 그 자체로 역사적인 질주였다.

아타르는 3일 엑셀 런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유도 78㎏급 1라운드에 출전한 워잔 샤히르카니(16)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여자 대표로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다.

하지만 이들의 올림픽 출전은 경기 막판까지 불확실했다.

사우디 언론은 "아타르와 샤히르카니가 히잡을 변형해 쓴 것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 것"이라며 이들의 출전을 당장 막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아타르는 이날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사우디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섰다"며 "이번 나의 경기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뭔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아타르는 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지닌 아타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페퍼다인 대학교에서 육상 선수로 활약 중이다.

아타르의 아버지 아메르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뛰고 있을 때 관중이 보여준 반응을 보니 매우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했다"며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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