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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한 번 앓으면 끝? 지나간 수두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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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한 번 앓으면 끝? 지나간 수두도 다시 보자

입력
2012.08.0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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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수두 한 번 앓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심하지 않으면 모른 채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국내에서 수두 예방백신 접종을 시작한 건 1998년 후반. 국가필수예방접종 백신에 포함된 건 2005년부터다. 한국 성인 대부분은 수두 백신을 맞지 않았다.

수두는 앓고 지나갔다고 가벼이 여길 게 아니다. 증상은 사라졌어도 바이러스는 몸에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 더 큰 병을 일으킬 수 있다. 바로 대상포진이다. 심하든 가볍든 수두를 겪은 사람이면 누구나 대상포진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바이러스는 죽지 않았다

환자와 접촉하거나 호흡기를 통해 몸에 들어온 수두 바이러스는 온몸에 퍼져 있는 신경망을 타고 피부 바로 아래까지 이동한다. 바이러스가 정착해 활동을 시작하면 미열이 나면서 피부가 불긋불긋해지고 가렵다가 종기가 돋고(발진) 물집이 생긴다. 물집이 터지면서 흉터를 남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저절로 좋아지거나 항바이러스제를 쓰면 낫는다.

하지만 수두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바이러스는 죽지 않고 척추 근처에 있는 신경세포 덩어리(신경절)로 들어간다. 이렇게 수십 년 잠복해 있는 동안 몸이 건강하면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큰 병을 앓은 뒤, 암 치료나 폐경 후 면역력이 많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척추에서 허리를 따라 분포하는 신경을 타고 나오는 동안 바이러스는 피부에 가려움증과 발진, 물집을 일으킨다. 이게 바로 대상포진이다. 주로 나이 든 사람에게 많지만, 요즘엔 심한 다이어트나 무리한 야근 후 젊은 사람에게도 생긴다.

처음 증상은 수두나 대상포진이나 사실 비슷하다. 대상포진을 수두나 일시적인 피부병 정도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수두는 발진이 온몸의 피부에 무작위로 생기고, 대상포진은 발진이 주로 허리 부분에 띠 모양을 이루면서 나타난다. 또 대상포진은 종기가 살짝 부풀어 오르면서 포도 알맹이가 모여 있는 듯한 모양을 띤다.

대상포진이 수두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통증이다.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신경망을 타고 퍼지면서 신경세포를 건드리기 때문에 피부 발진과 함께 심한 통증이 생긴다. 신경세포가 많이 손상되면 발진이 나아도 화끈거리거나 쿡쿡 쑤시고 찌르는 듯한 증상이 길게는 수년까지 계속되기도 한다. 이 같은 만성 통증은 40대 이하에선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60세 이상에선 환자의 절반 정도가 경험한다. 대상포진은 항바이러스제를 먹어 치료할 수 있지만, 치료 시기가 늦을수록 치료 후에도 신경통이나 신경마비, 시각장애 같은 합병증이 남을 수 있다.

백신으로 면역기능 다시 자극

최근 들어 수두 발병 추이가 심상치 않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5년 1,934명이던 국내 수두 환자 수가 지난해 3만6,353명으로 크게 늘었다. 수두와 대상포진은 원인 바이러스가 같으니 수두 환자가 증가한 만큼 대상포진 위험군도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가 된다. 특히 50대 이상은 수두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면역력이 약해져 수두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하기 쉬운 상태다.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평소 건강을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무리하게 일을 했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병을 앓고 났을 때 특히 영양가 있는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CDC)는 60세 이상 성인은 대상포진 백신을 맞도록 권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영국이 접종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지난 6월부터 공급되고 있다.

대상포진과 수두 백신은 원료가 같다. 똑같은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켜 만든 것이다. 단 대상포진 백신이 수두보다 약화시킨 바이러스의 양이 14배 넘게 많다. 이 백신은 몸의 면역기능을 자극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대상포진 백신을 맞아 한꺼번에 다량의 바이러스가 들어가면 우리 몸은 부랴부랴 이에 대항할 항체를 만들어낸다"며 "이들 항체가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면서 신경절에서 잠자고 있는 바이러스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억제해준다"고 말했다. 대상포진 백신은 50세 이상이면 피부과, 내과 등에서 의사와 상담한 뒤 맞을 수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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