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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페북, 도박사업에 도박거나

입력
2012.08.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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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아이콘의 타락인가, 캐시카우(현금창출원) 확보를 위한 고육책인가'

세계 최대 사회관계형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온라인 도박 사업에 뛰어든다. 최근 성장세 둔화와 수익성 악화로 대표되는 위기국면 타개를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참신한 발상으로 엄청난 성공 신화를 일궈낸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그야말로 '위험한 도박'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영국에서 현지 온라인게임업체 게임시스와 손을 잡고 빙고·슬롯 프랜드지(Bingo and Slots Friendzy) 애플리케이션 출시를 준비 중이다. 페이스북 측은 "게임은 게임시스가, 고객은 우리가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할 것"이라며 "수백만 명의 빙고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을 즐기게 하겠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 환경에서 여러 사람이 즐기는 온라인 도박 게임을 제공하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또 블랙잭과 룰렛 등 본격적인 카지노 게임 도입을 놓고 전문 도박업체들과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도박사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댈 모양이다.

사실 투자자 사이에선 페이스북 등 SNS사이트들이 돈벌이를 위해 도박 사업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었다. 실제 페이스북의 최대 게임 파트너인 징가도 내년에 포터, 빙고, 슬롯머신 등 도박산업에 진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젊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실리콘 밸리의 우상으로 떠오른 페이스북이 설마 도박사업까지 하겠냐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의 도박사업 진출을 두고 "그 만큼 어렵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까지 유례 없는 초고속 성장을 이어왔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20대의 나이에 애플과 구글 창업자를 제치고 IT업계 3대 부자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뉴욕 주식시장 상장 이후 안팎에서 악재가 터져나오며 위기론에 휩싸였다. 가입자수의 증가 속도가 떨어진 데다 이용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모바일 부문의 광고 매출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겠냐는 의구심이 확산됐다. 미국 언론은 지난 주 페이스북이 미 증권당국에 제출한 보고서를 인용해 페이스북의 가짜 계정이 8,300만개로 전체 계정의 8.7%에 이른다는 보도했다. 설상가상으로 페이브북 성장을 주도해온 경영진들도 최근 이런 저런 이유로 줄줄이 회사를 떠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일부 언론에서는 저커버그의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다며 '퇴진'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7일 이런 우려를 반영해 지난 5월 상장 당시 38달러의 절반 가량인 20달러까지 미끄러졌다.

문제는 도박사업 진출이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영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도박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돼 오히려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깎이면서 실속 챙기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경우 대부분 주정부가 돈을 사용하는 소셜게임을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페이스북은 당분간 영국에서만 도박 사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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