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제공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이 이번 사건의 제보자인 정동근씨를 통해 친박계 이정현ㆍ현경대 전 의원에게 차명으로 후원금을 전달한 것으로 8일 전해지면서 차명 후원금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정씨가 “친박계 실세들에게 후원금을 내야 한다”며 1,000만원을 요구해 받아갔으며, 이 중 일부를 차명으로 친박계 의원들에게 후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명으로 후원금을 제공할 경우 준 쪽은 정치자금법 위반이지만 받은 쪽에 대해선 혐의를 물을 수 없다.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총선을 앞두고 다수의 공천 희망자들이 이 같은 수법을 사용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복수 인사를 통해 차명 후원금을 제공한 뒤 해당 정치인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경우 법망을 피해가며 얼마든지 ‘검은 돈’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차명 후원금 제공 부분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경우 정치권 전체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로 지목된 이정현 최고위원은 “현영희 의원이 후원금을 보냈다는 얘기 자체를 들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단 한차례도 통화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현경대 전 의원도 “휴대폰 문자메시지조차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차명 후원금 문제 등을 포함한 공천헌금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특히 검찰이 현기환 전 의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조기문씨가 돈을 운반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루이비통 가방마저 발견되자 더욱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새누리당은 이어 자체 조사를 위한 진상조사위원장에 성남지청장 출신인 이봉희 변호사, 위원으로 김재원 김용태 의원과 이희용 이우승 김기홍 변호사를 선임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호재를 잡은 듯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까지 제기하며 집중 포화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박근혜 전 위원장이 몰랐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며 몰랐기 때문에 더 정중히 사과해야 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라”고 박 전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박범계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에서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어마어마한 내용이 제보되고 있다”며 “권역별로 실세라는 몇몇 분들이 공천을 좌지우지한 것 아니냐는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중앙선관위에 조사자료 제출을 요청한 데 이어,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부산 지검을 방문해 엄정 수사를 촉구하며 압박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