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한반도가 신음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축 83만마리가 폐사하고 채소 가격은 폭등했다. 남해안에는 올해 첫 적조경보가 발령됐다. 국민들은 더위에 지치고 식수와 식탁물가 걱정에 시름하지만 태풍이 몰고 올 주말 비도 해갈에는 못 미칠 전망이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불볕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에 평균 7.6㎜의 비가 내렸다. 같은 기간 평년 강수량(128.8㎜)의 5.9%에 불과하다. 폭염 전 장마기간에 내린 비도 평년의 81.6%(292.1㎜)에 불과했다. 기상청 가뭄판단지수는 남해안, 영남·충청 내륙, 경기·강원 북부, 서해안 일부 등 전국 대부분에서 4단계 중 가장 심한 '매우 위험'을 가리키고 있다. 기상청 장현식 통보관은 "장마 후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뒤덮고 계속 세력을 확장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폭염경보는 8일 오후 4시 폭염주의보로 대치되는 등 더위는 한풀 꺾이는 기세지만 비 소식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기상청은 11~12일 태풍 하이쿠이의 영향으로 남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지만 비의 양이 가뭄을 해소할 정도는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는 탓에 불볕더위도 식지 않아 축산농가는 지난달 20일부터 7일까지 가축 83만633마리가 폐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8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닭 78만6,512마리, 오리 4만780마리, 메추리 3,000마리, 돼지 336마리, 소 5마리 등이 폐사했다. 정부는 농업재해대책법에 따라 '폭염재해'로 확인된 농가 288곳에 피해 보상을 해주기로 했다.
시금치 가격이 두 배로 뛰는 등 채소값은 폭등하고 있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가락시장 도매가격 기준 시금치 4㎏의 가격은 2만5,20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10% 올랐다. 대파도 1㎏ 가격이 2,120원으로, 1년 전보다 82%나 올랐다. 적상추는 4㎏에 2만400원으로 한 달 전보다 43.7%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름철엔 대부분 채소가 제철이라 가격이 내리는데, 올 여름엔 이상 고온으로 특히 녹색 채소의 작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경남 남해도 남면~서면 해역에 올해 첫 적조경보를 발령했다. 적조경보는 유해성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 당 1,000개체 이상 검출되면 발령되는데 남해도 서측연안(작장∼염해)에서 코클로디니움이 최고 1만1,000개체까지 나타났다. 해수가 25~27도의 고온을 유지하면서 적조가 확산돼 양식장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강에서는 독성 남조류도 검출됐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잠실수중보 인근의 수질검사 결과 독성물질을 발생하는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당 190개까지 검출됐으나 미미한 양이며, 유해 물질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는 8일 수질검사 결과 따라 9일 조류주의보를 발령할 예정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송옥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