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8일 현기환 전 새누리당 의원의 부산과 서울 자택 두 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은 주춤한 듯하던 수사에 동력을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내사 과정에서 현 전 의원의 뭉칫돈 수수 의혹을 뒷받침하는 물증이 하나 둘씩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증에 따라 그간 현 전 의원의 주장이 일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수사에 가속이 붙은 것이다.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 측에서 나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3억원의 뭉칫돈이 최소한 조기문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까지는 전달된 흐름을 포착한 만큼, 검찰은 이 돈의 최종 목적지로 지목된 현 전 의원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지 않고서는 수사를 마무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 6, 7일 뭉칫돈의 출처와 전달책으로 각각 지목된 현 의원과 조씨를 이 사건의 제보자 정동근씨와 잇따라 대질신문해 이 같은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현 전 의원의 강력한 항변과 달리 현 의원이 뭉칫돈 전달을 지시한 시점인 3월15일에 현 전 의원과 조씨가 최소 23초 간 통화한 사실도 최근 밝혀냈다. 전달해야 할 뭉칫돈을 들고 있던 조씨와, 조씨와 4년 동안 연락한 적이 없다던 현 전 의원이 사건 당일 통화했다는 사실은 돈의 최종 목적지가 현 전 의원이었다는 의혹을 키우는 정황이다.
검찰은 현 전 의원이 일관되게 의혹을 부인해 왔으나 이 같은 사실과 정황이 드러나면서 압수수색이라는 강제수단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에 나선 셈이다. 현 전 의원은 지금까지는 언론 인터뷰는 물론 검찰 조사에서도"3월15일 조씨와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단언해왔다. 이에 따라 "2008년 이후 조씨와 만난 적이 없다"는 현 전 의원의 주장도 신빙성이 떨어지게 됐다. 검찰은 이미 현 전 의원과 주변인물들에 대한 광범한 계좌추적과 통신내역 조회 등을 통해 의심스러운 자금흐름 등 물증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현 의원과 조씨에 대해서는 조만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지만, 여전히 현 전 의원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위치추적 조회 결과 뭉칫돈이 전달된 시점인 3월15일 현 전 의원과 조씨의 위치가 겹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제보자 정씨도 현 전 의원이 돈을 전달받는 장면을 직접 봤다는 진술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씨가 다른 날, 제3자를 통해 현 전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검찰은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검찰은 일단 압수물을 검토한 뒤 현 전 의원을 재소환, 조사 결과에 따라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 사법처리 윤곽은 빨라야 다음주에나 드러날 전망이다.
부산=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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