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 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 대출서류 조작, 저학력자 차별대우 등 각종 물의를 빚었던 은행들이 생색내기용 금리인하를 하고 있다. 일반 고객과는 아무 상관없는 수수료를 폐지한다거나, 신용도가 낮은 극히 일부 고객들의 금리만 인하하는 등의 꼼수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학력자를 차별했던 신한은행은 그제 가계대출 최고금리를 17%에서 14%로, 기업대출 최고금리는 15%에서 12%로 각각 인하한다고 밝혔다. 대출서류 조작이 들통났던 KB국민은행도 이달 중 18%인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최고금리를 모두 15%로, 하나은행은 13일부터 가계대출 최고금리를 16%에서 14%로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금리가 15% 이상의 경우로만 한정, 대다수의 고객들은 혜택을 보는 것이 전혀 없다.
이번 조치로 은행이 되돌려 주게 된다는 이자는 극히 미미하다. 국민은행은 연간 52억원으로 최근 1년간 가계ㆍ기업대출로 벌어들인 이자수익 4,100억여원의 1%를 조금 넘는다. 하나은행은 연간 10억원, 신한은행은 71억원 정도다.
은행들은 "상생의 가치를 배려하지 못해 반성하는 차원"이라고 이유를 대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장금리 추세를 볼 때 은행금리를 낮추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데도 극소수 대상자에게 혜택을 주면서 생색만 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세금(공적자금)의 도움을 받았던 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게 되자 자신들만의 공인 양 내부 잔치를 벌였다. 경제난과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와 기업이 자신들의 가장 소중한 고객임을 잘 알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