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24ㆍ삼성생명)는 1988년 서울올림픽의 해에 태어난 '88둥이'다. 그만큼 올림픽과 인연이 남다르다.
김현우는 8일(한국시간) 런던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몇 년 전부터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세리머니도 떠올려 보곤 했는데 실제로 올라 보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라. 지금까지 레슬링이 내 삶의 전부였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실제 레슬링으로 내 인생이 바뀌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현우는 이어 "태릉에서 흘린 땀방울로는 금메달을 따고도 남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왔지만 막상 결승무대에 오르니 많이 부담이 됐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 레슬링 노골드의 치욕을 내가 씻어야겠다고 다짐했다"라며 "어차피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라 생각하고 경기에 나섰다"라고 말했다.
승리를 확정 지은 뒤 매트 한 복판에 태극기를 펼쳐놓고 큰 절을 한 것에 대해서도 "지도자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한 것"이라며 "금메달 확정직후 태극기를 보고 순간적으로 생각해낸 이벤트"라고 웃었다.
김현우는 이날 오른쪽 눈이 퉁퉁 부어 거의 감긴 상태에서 결승전을 치렀다. 김현우는 "경기를 치르면서 계속 부딪힌 게 쌓여서 이렇게 됐다"면서 "하나도 보이지 않고 거슬려서 지장이 있긴 했지만 정신력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레슬링 경기를 하다 보면 매번 이런 식으로 많이 붓기도 하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부상이 잦다"며 "몸을 사리는 선수들은 피해서 할 수도 있지만 감독님께서 '항상 정면으로 부딪히고 공격적으로 하라'고 가르치셔서 피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현우는 예선과 결승까지 여러 차례 상대를 뽑아 들어 점수를 '쉽게' 따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체육과학연구원 최규정 박사는 "김현우의 힘은 천하장사 급이다. 힘과 지구력은 세계 최강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김현우는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들어올리지 못한 선수가 없을 정도로 괴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2011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이 최고성적일 정도로 '2%'가 부족했다. 최 박사는 "근력은 뛰어나지만, 이를 짧은 시간에 집중시켜 발휘하는 파워가 부족해서 점수로 연결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김현우는 순간 파워를 키우는'맞춤 훈련'으로 마침내 대미를 찍었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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