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힌 홍어를 삼겹살과 묵은 지에 싸서‥,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로만 펜콥체프(35) 러시아 카잔연방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한국음식 예찬론을 쏟아냈다. 홍어삼합을 좋아한다니 한국과 인연이 깊을 것 같지만,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펜콥체프 교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최로 12일까지 열리는‘러시아교육자 한국학워크숍’참석차 지난달 말 한국을 찾았다. 외국의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와 역사를 올바로 알리기 위해 매년 열리고 있는 이 워크숍은 올해가 다섯 번째 행사로 러시아 사회과목 교수와 교사, 교육행정가 등 15명을 초청했다. 이들은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특강과 한국학 세미나에 참석하고 한반도 분단 역사의 상징인 임진각을 방문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에게 한국은 한 마디로 ‘미지의 나라’나 다름없다. “러시아에서 한국 하면 먼저 북한이나 카레이스키(고려인ㆍ옛 소련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동포)를 떠올릴 정도”라는 에브게냐 라치나(27) 모스크바 언어대 강사는 “지난해 처음 모스크바에서 K-POP 경연대회가 열리는 등 ‘한류’ 물결이 일면서 10대들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그 인지도는 턱없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러시아가 동해의 공식 명칭을 일본해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한국 역사 특강에 참석해 처음 알았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펜콥체프 교수는 “러시아는 일본과 쿠릴열도(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놓고 영토분쟁을 빚고 있다”며 “한ㆍ러 양국이 독도와 쿠릴열도 영토분쟁에 대해 상호주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서로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ㆍ러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보다 활발한 교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자신의 딸(14)이 한국드라마 ‘겨울연가’에 푹 빠져있다는 스타니슬라브 로모프(64) 러시아 교육아카데미 연구위원은 “러시아 10대들이 한류에 빠져 있는 게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넌버벌 퍼포먼스 연극‘점프’를 보니 한국의 문화 수준이 어느 단계까지 와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며 “대중문화뿐 아니라 정보통신(IT)기술과 교육인프라까지 한ㆍ러가 교류를 통해 동반성장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물론 러시아 교육자들의 눈엔 비친 한국의 교육현장은 다소 낯설었다. 타티아나 바실리예보나(34) 모스크바시 교육부장은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한 외고를 방문했는데 수업 시간은 물론 과제량도 러시아와 비교해 엄청 많아 놀랐다”며 “러시아는 학생 개개인에 맞는 특성화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데 한국은 그런 면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김준석(34)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워크숍에 참가한 교육자들은 현장에서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고 있어 러시아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이들이 앞으로 한국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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