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이란 돈세탁 사건이 영국과 미국 금융권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미 당국이 HSBC와 바클레이즈 등 영국계 대형 은행의 비리를 연달아 적발한 데 이어 SC은행에 '월가 퇴출'을 경고하면서 "영국 금융권을 흔들려는 음모"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SC은행은 7일 성명을 발표해 뉴욕주 금융감독국(DFS)이 이란 정부와 공모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힌 6만여건(2,500억달러 규모)의 거래 중 "99.9%는 적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은행 관계자는 "일부 위반 사례는 실무상 일어난 작은 실수"라며 불법인 걸 알면서도 수수료를 노려 이란 자금을 세탁했다는 DFS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플로리다에서 휴가 중이던 존 피스 SC은행 회장은 7일 뉴욕으로 급히 날아가 경영진 및 변호사들과 대책 회의를 가졌다. FT는 15일 은행면허 정지가 논의될 청문회를 앞두고 최고경영진들이 발 빠르게 영국 정부에 로비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증가하는 미 당국의 영국 은행 규제를 영국 금융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정부 차원에서 나서달라는 것이다.
런던 금융지구 시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것은 공격"이라며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금융계에서 런던의 입지가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소속의 존 맨 의원은 "미국 정치인들 사이에 반(反)영국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금융의 중심을 런던 시티에서 뉴욕 월가로 옮기려는 목적"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이란) 제재를 어겼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FT는 "SC 스캔들은 이란 제재에 대한 미국의 결의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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