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과 한국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6월 시 장원에 홍지성(양서고ㆍ필명 나무늘보소녀)양의 '고양이의 밤'이 선정됐다.
이야기글에서는 함준형(의정부광동고ㆍ필명 품달)군의 '발인', 생활글에서는 김효정(장안제일고ㆍ필명 썬더볼트)양의 '꿈을 가져다준 아이', 비평ㆍ감상글에서는 성현아(반포고ㆍ필명 Camille)양의 '불완전한 미래'가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글틴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 전국국어교사 모임은 문장글틴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청소년 글을 공모하고 있다.
고양이의 밤
앞발 감싼 회색빛 털
한올 한올 잎새 스쳐
소리 없이 달 밝은 밤
빗물 늘어진 웅덩이
시든 꽃잎 혀 내밀어
씁쓰레한 빗물 핥는다
파르르 떨리는 수염
흠뻑 젖어 뺨에 달라붙을
그런 웅덩이 어디 갔을까
바삭하게 마른 수염
닿을 듯 말 듯 고개 들고
고요한 밤 비치는 웅덩이엔
연노랑 둥근 달 들어앉는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란 눈
반짝 가늘어지고 불쑥
줄무늬 회색 얼굴 들이민다
달은 말없이
찰박찰박
자리 내어 준다
세모난 회색 귀 긁적이며 일어서
조심조심 고개 숙이고
단풍잎 같은 마른 혀
공연히 달 목욕물 할짝
간질이는
씁쓸한 맛
파르르 떨리는 수염
흠뻑 젖어 뺨에 달라붙을
그런 목욕물 어디 갔을까
요즘은 달도
힘든가 보다
▦선정평
밤이 풀어놓은 듯 고양이와 달과 비 웅덩이는 낯설면서 친근하다. 낯선 서로를 들여다보는 마음이 고요 속에 번지니 웅숭깊고 늡늡하다. '달 목욕물'을 할짝이는 고양이는 누구의 마음인가, 문득 고요가 달아진다.
유종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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