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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청소년문학상 6월 장원/ 고양이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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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청소년문학상 6월 장원/ 고양이의 밤

입력
2012.08.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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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과 한국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6월 시 장원에 홍지성(양서고ㆍ필명 나무늘보소녀)양의 '고양이의 밤'이 선정됐다.

이야기글에서는 함준형(의정부광동고ㆍ필명 품달)군의 '발인', 생활글에서는 김효정(장안제일고ㆍ필명 썬더볼트)양의 '꿈을 가져다준 아이', 비평ㆍ감상글에서는 성현아(반포고ㆍ필명 Camille)양의 '불완전한 미래'가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글틴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 전국국어교사 모임은 문장글틴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청소년 글을 공모하고 있다.

고양이의 밤

앞발 감싼 회색빛 털

한올 한올 잎새 스쳐

소리 없이 달 밝은 밤

빗물 늘어진 웅덩이

시든 꽃잎 혀 내밀어

씁쓰레한 빗물 핥는다

파르르 떨리는 수염

흠뻑 젖어 뺨에 달라붙을

그런 웅덩이 어디 갔을까

바삭하게 마른 수염

닿을 듯 말 듯 고개 들고

고요한 밤 비치는 웅덩이엔

연노랑 둥근 달 들어앉는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란 눈

반짝 가늘어지고 불쑥

줄무늬 회색 얼굴 들이민다

달은 말없이

찰박찰박

자리 내어 준다

세모난 회색 귀 긁적이며 일어서

조심조심 고개 숙이고

단풍잎 같은 마른 혀

공연히 달 목욕물 할짝

간질이는

씁쓸한 맛

파르르 떨리는 수염

흠뻑 젖어 뺨에 달라붙을

그런 목욕물 어디 갔을까

요즘은 달도

힘든가 보다

▦선정평

밤이 풀어놓은 듯 고양이와 달과 비 웅덩이는 낯설면서 친근하다. 낯선 서로를 들여다보는 마음이 고요 속에 번지니 웅숭깊고 늡늡하다. '달 목욕물'을 할짝이는 고양이는 누구의 마음인가, 문득 고요가 달아진다.

유종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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