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부상과 경기 퇴출 위기 등 갖은 악재도 타오피크 마크로피(24ㆍ알제리)의 금빛 독주를 막지는 못했다.
마크로피는 8일(이하 한국시간) 런던 스트랫퍼드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육상 1,500m 결선에서 3분34초08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의 최고기록도 2초 가량 단축했다. 2위는 마크로피보다 0.17초 늦은 레오넬 만자노(미국ㆍ28)가 차지했다.
마크로피는 "전날 나는 쫓겨났다. 그리고 다시 오늘 돌아왔다"는 의미심장한 우승 소감을 밝혔다.
사정은 이렇다. 앞서 마크로피는 5일 열린 1,500m 예선에서 조 1위로 결선에 올랐다. 하지만 다음날 열린 800m 예선에서 골인 지점을 150m 남겨두고 갑자기 멈춰선 뒤 완주를 포기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곧바로 마크로피에게 경기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IAAF는 마크로피가 1,500m 결선에서 전력을 다하려고 800m 예선에서 일부러 대충 달렸다는 판단에서다. 선수가 최선을 다해 뛰지 않을 경우 심판이 모든 경기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는 IAAF의 규정을 적용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1,500m의 강력한 메달 후보였던 마크로피는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될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 마크로피는 메달의 꿈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알제리올림픽위원회가 '무릎에 부상이 있어 포기한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하자 IAAF가 의료 검사를 거쳐 이 조치를 취소해 결선에서 뛸 기사회생의 기회를 다시 주었기 때문이다.
마크로피는 실격 판정을 받은 뒤 "왼 무릎 부상이 커 의료진은 경기에 출전하면 아주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그럼에도 800m에 나갔다가 IAAF의 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출전정지를 당했어도 부상 회복에만 정신을 집중했으며 경기에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메달을 따려고 혹독한 훈련을 할 때마다 TV에 나오는 나를 보며 기쁘게 웃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상상했다"는 마크로피는 이제 고향인 알제리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올림픽 준비로 지난 7개월 동안 가족을 한 번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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