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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생색용' 금리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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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생색용' 금리인하

입력
2012.08.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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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경쟁하듯 대출 최고금리를 내리고 있다. 고무줄 잣대 금리 산정,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 등으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이번 조치로 줄어드는 이자 수익은 겨우 1% 수준이라 생색내기용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7일 가계대출 최고금리를 17%에서 14%로, 기업대출 최고금리는 15%에서 12%로 각각 3%포인트씩 인하한다고 밝혔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금융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것에 깊이 반성한다"며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감사원 조사에서 고졸 이하 고객에게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한 사실이 드러나 학력차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대출서류 조작으로 비판을 받았던 KB국민은행도 이달 중 18%인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최고금리를 모두 15%로 내릴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13일부터 가계대출 최고금리를 16%에서 14%로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 발표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가령 국민은행이 금리 3%포인트를 인하하면서 손해 보는 이자 수익은 가계(34억원)와 기업(18억원)을 합쳐 연간 총 52억원에 불과하다. 7월말 기준으로 최근 1년간 국민은행이 가계 및 기업대출로 벌어들인 이자 수익이 4,1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겨우 1.26%만 줄어드는 것이다. 다른 은행들 역시 비슷하다. 하나은행은 가계대출 최고금리 인하로 연간 1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신한은행은 연간 71억원(가계 52억원, 기업 19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금리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은 건 은행 대출자 대부분이 10% 미만의 금리를 적용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15% 이상의 금리 부담이 있는 고객들은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신용도가 낮아진 소수"라며 "신규대출자나 정상적으로 이자를 내는 대다수의 고객들은 어차피 적용 금리가 10% 미만이라 이번 조치로 혜택을 보는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혜택 대상자가 많지 않은 구간의 금리를 내려 큰 손해를 피하면서도 한편에서는 금융복지를 내세우며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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