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꽤 된 얘기다. 군 고위 지휘관과 5ㆍ16 이후 정치군인들 얘기를 나누다 "지금도 쿠데타가 가능할까?" 장난 삼아 물었다. "요즘 군인을 어떻게 보느냐"고 펄쩍 뛰던 그가 지나치게 정색한 반응이 민망했던지 껄껄 웃으며 다시 농담으로 받았다. "휴대폰과 인터넷 때문에 하고 싶어도 안 될걸? 모의단계서부터 병력 동원, 이동까지 모든 과정마다 병사들이 집에다 '엄마, 우리 부대가 이상한 것 같아'하며 실시간 중계를 해댈 텐데 보안이 되겠어?"
■ 재미있자고 한 얘기지만 실제로 개인통신기기로 인한 군의 걱정은 크다.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찍은 부대 내무반의 생활모습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공개된 일이 처음 있었던 게 2년 전이다. 요즘에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을 통해 일반사진기로 찍은 것만큼이나 선명한 훈련사진과 동영상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 다닌다. 부대 안에서 총 들고 장난치는 사진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나름 폼 나게 보이려 찍은 것들이라 군 시설이나 무기가 반드시 배경이 된다.
■ 대개는 영내 휴대폰 반입이 허용되는 장교나 부사관들이 부주의하게 처신하는 경우지만, 통제에서 좀 자유로워지는 제대말년 병사가 올리는 것들도 많다. 얼마 전 스마트폰을 영내 반입한 병장이 영창구금 7일 처분을 받은 게 지나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취소 소송을 낸 적도 있었다. 물론 예전에도 다들 부대동료들과 사진 한두 장씩은 찍었지만 그건 그냥 혼자 추억하는 기념물이었다. SNS 부대사진은 생산도 쉬운데다 유포속도와 범위가 비할 바 아니다.
■ 결국은 보안의식의 문제인데, 이 점에 관한 한 군 잘못도 크다. 언제부턴가 병사의 훈련ㆍ생활 모습을 인터넷에 올리고, 가족과 수시로 메일과 전화를 주고받게 하는 부대들이 생겨났다. 병사의 정서안정을 돕고 가족을 안심시키겠다고 하다가 너무 나아갔다. 스마트폰 보안문제도 결국은 이런 문화의 연장이다. 이는 독립적이고 강한 젊은이를 키우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열린 병영도 좋지만 군의 본질적 존재 이유, 복무의 본질까지 훼손하는 정도여선 안 된다.
이준희 논설실장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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