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또 한 명의 스타 탄생 예고편에 불과했다. 키라니 제임스(20∙그레나다)가 지구촌 최대 축제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샛별이 아닌 가장 빛나는 별로 우뚝 섰다.
제임스는 7일(한국시간) 런던의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400m 결선에서 43초9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종전 44초61)을 경신한 역주로 1984 LA올림픽부터 2008 베이징올림픽까지 미국이 주름잡았던 올림픽 400m 종목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또 비(非) 미국인 선수 최초로 44초의 벽을 깼다.
제임스의 코치인 하베이 글랜스는 "제임스가 마이클 존슨(미국)의 세계 기록인 43초18도 곧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겔린 산토스(도미니카공화국)와 라론데 고든(트리니다드토바고)은 각각 44초52와 44초79로 은메달,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구 11만 명의 작은 섬나라 그레나다는 올림픽 첫 금메달 소식에 들썩였다. 수도 세인트조지스의 거리엔 춤을 추고 국기를 흔드는 시민들로 넘쳐났다. 틸먼 토마스 그레나다 총리는 "제임스의 금메달이 그레나다를 고취시켰다"고 기뻐하며 7일을 임시공휴일로 선포했다.
그레나다의 작은 어촌 마을 고우야베에서 태어난 제임스는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26∙자메이카)와 성장 스토리가 비슷하다. 볼트가 어렸을 때 육상이 아닌 축구에 관심을 가진 것처럼 제임스는 농구에 더 흥미를 느꼈다. 그러다 제임스는 12세에 육상을 시작했고, 단번에 각종 주니어 대회를 석권하며 기량을 꽃피웠다. 2007년 15세의 나이로 육상 대회에서 47초86으로 우승했고, 매년 나이별 세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9년엔 45초45를 기록해 볼트가 2003년에 세운 종전 기록(46초35)도 넘어섰다.
제임스는 지난해 8월초 성인 무대 데뷔전인 런던 다이아몬드리그 400m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8월말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정상에 올랐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자 그레나다는 세인트조지스에 제임스의 이름을 딴 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제임스는 올림픽에서마저 금메달을 목에 걸며 조국에 기쁨을 선사했다. 그는 "위대한 레이스였다"며 "200m 구간까지의 질주에 전력을 다했고, 그 페이스를 끝까지 밀어붙였다"며 기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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