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헌법재판관 4명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대법관 임명 지연 사태처럼 헌재 재판관 공백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1988년 헌재가 구성된 이후 업무가 전면 마비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7일 헌재에 따르면 다음달 14일로 민형기 김종대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 등 4명이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2011년 7월 조대현 재판관 퇴임 이후 현재까지 공석인 한 자리를 더하면 전체 9명의 재판관 중 과반이 넘는 5명이 한꺼번에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대법원장이 2명을 지명하게 되고 나머지 3명은 여ㆍ야가 각 1명씩, 여야 합의에 따라 1명을 지명하게 된다.
문제는 현재 국회의 상황을 볼 때 국회 몫인 세 자리에 대한 후임자 결정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법원장 몫인 두 자리는 18일부터 이달 말까지 해외 출장이 예정된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르면 다음주 초쯤 후임 재판관을 선출할 예정으로, 이후 이번 임시국회나 다음달 국회 본회의에서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면 절차상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국회 몫의 후임 재판관 임명 문제는 사정이 다르다. 당내 후보자 추천과 결정 등 통상적으로 임명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늦어도 이번주에는 후보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법조계에서 "본회의 의결 등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이번 임시국회 회기 내에 인사청문회까지는 마쳐야 하기 때문에 당내 결정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통합민주당이 단독으로 소집요구서를 제출해 열린 8월 임시국회는 여야간 의사일정 협의 불발로 공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8월 내 인사청문회가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측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 상황에서 어렵게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여야가 서로 원하는 후보자를 내세우지 않을 경우 대법관 인사청문회 때처럼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부결돼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헌재는 업무가 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 1년 전 야당 몫인 조대현 당시 재판관 후임으로 추천된 조용환 후보자 임명동의를 여당이 거부해 1명 공석 상태에서 재판관 8명으로 파행 운영을 해 왔지만, 이번 경우에는 아예 재판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 심판 등 헌재 결정에 9명 재판관 중 7명 이상이 출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5명이 공석일 경우 재판부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 헌재 관계자는 "최악의 사태가 오지 않도록 국회의 결단을 기다릴 뿐 헌재가 마땅히 대처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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