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일단 뛰어보고 얘기합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일단 뛰어보고 얘기합시다

입력
2012.08.07 11:28
0 0

말복도 지났고 입추도 지났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무에 매달려 쌔쌔 울어대는 살찐 매미처럼 쨍쨍한 한여름이다. 휴가를 다녀온 이들이 차례차례 복귀하고 하반기 기획안을 하나하나 제출하기 시작해야 할 이 때에 나는 언제 어떻게 쉬어야 하나를 고민 중에 있다.

일을 잘하는 것만큼 쉼을 잘하는 것도 능력이라는데 나는 왜 눕기만 하면 미처 다하지 못한 업무로 한숨 푹푹 쉬며 이부자리를 차고 일어나는 걸까. 그렇다고 남들처럼 돈이 되는 책을 가래떡처럼 쭉쭉 뽑아내지도 못하는 주제에 왜 이렇게 '척' 일색일까.

내 나이의 친구들은 철철이 부모님 모시고 근교로 나가 장어도 구워드리고 계곡으로 물놀이도 가고 보약도 뜨끈하게 지어 팩 서비스 한다는데 나는 어쩌자고 낼모레 사십 줄이면서 엄마가 해다 주는 게장이나 취나물이나 침 떨어지게 기다리는 걸까. 모두가 재미로 사는 건 아니겠지만 자꾸만 먼산바라기를 하게 되지 뭔가.

나를 아침에 가뿐히 일으키게 하는 힘, 나를 점심에 신나게 밥 사먹게 하는 힘, 나를 저녁에 개구리 울음소리 반주 삼아 야근하게 하는 힘, 다들 어디서 어떻게 그 뿌리에 물을 대게 하나. 내가 풀 죽으면 팀 아이들이 물풀이 되거늘, 어떻게든 몸에 풍선을 달아보려는데 그보다 더 가벼이 날다 매트에 꽂힌 체조선수를 봤다. 날기 위해서는 겁나게 뛰는 발이 있어야 함을, 벌렁 드러누워 에어컨 빵빵 틀어놓고 잠드는 나날 속 나, 배불렀다니까.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