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도 지났고 입추도 지났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무에 매달려 쌔쌔 울어대는 살찐 매미처럼 쨍쨍한 한여름이다. 휴가를 다녀온 이들이 차례차례 복귀하고 하반기 기획안을 하나하나 제출하기 시작해야 할 이 때에 나는 언제 어떻게 쉬어야 하나를 고민 중에 있다.
일을 잘하는 것만큼 쉼을 잘하는 것도 능력이라는데 나는 왜 눕기만 하면 미처 다하지 못한 업무로 한숨 푹푹 쉬며 이부자리를 차고 일어나는 걸까. 그렇다고 남들처럼 돈이 되는 책을 가래떡처럼 쭉쭉 뽑아내지도 못하는 주제에 왜 이렇게 '척' 일색일까.
내 나이의 친구들은 철철이 부모님 모시고 근교로 나가 장어도 구워드리고 계곡으로 물놀이도 가고 보약도 뜨끈하게 지어 팩 서비스 한다는데 나는 어쩌자고 낼모레 사십 줄이면서 엄마가 해다 주는 게장이나 취나물이나 침 떨어지게 기다리는 걸까. 모두가 재미로 사는 건 아니겠지만 자꾸만 먼산바라기를 하게 되지 뭔가.
나를 아침에 가뿐히 일으키게 하는 힘, 나를 점심에 신나게 밥 사먹게 하는 힘, 나를 저녁에 개구리 울음소리 반주 삼아 야근하게 하는 힘, 다들 어디서 어떻게 그 뿌리에 물을 대게 하나. 내가 풀 죽으면 팀 아이들이 물풀이 되거늘, 어떻게든 몸에 풍선을 달아보려는데 그보다 더 가벼이 날다 매트에 꽂힌 체조선수를 봤다. 날기 위해서는 겁나게 뛰는 발이 있어야 함을, 벌렁 드러누워 에어컨 빵빵 틀어놓고 잠드는 나날 속 나, 배불렀다니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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