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 며칠 전 악몽을 꿨어요. 동메달도 못 따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런 ... 꿈속에서도 '이게 꿈이었으면' 하고 발버둥 쳤는데, 정말 꿈은 반대로 나타나는 것 같네요."
한국체조 52년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양학선(20ㆍ한체대)의 말이다. 올림픽 전부터 '양학선의 금빛 도마는 떼어 논 당상'이라고 인정받아서 온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양학선은 6일(한국시간) 밤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우승한 뒤 공동취재구역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등장했다. 양학선은 "런던에 와서 연습이 잘 안돼 고민이 많았는데 어려움을 이겨내고 딴 금메달이라 어떤 보상을 해준다고 해도 절대 바꾸고 싶지 않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양학선은 이날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이하 난이도 7.4점)과 '스카라 트리플'(7.0점)을 잇달아 펼치며 평균 16.533점을 받아 2위와 점수차이가 0.134점 날 만큼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도마 최고의 난도를 자랑하는 '양학선'은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체조선수권에서 양학선이 처음으로 선보인 기술이다. 당시 양학선은 16.866점이라는 도마 사상 최고점을 받았다. 양학선의 금메달을 조련한 조성동(65) 체조 총감독은 "'양학선' 기술은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반도체 신기술 개발과 같다"고 말했다. 조감독은 이어 "양학선의 어깨가 좁아 공중회전 하는데 상당히 유리한 신체구조를 지녔다"며 "여기에 도마를 향해 달려오는 조주 속도가 매우 빨라 경쟁자들보다 한 뼘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양학선은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면서 "도마는 내게 체조 선수로서 기회를 주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한 종목"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양학선은 1차 시기 착지과정에서 0.3점을 감점 받았으나 난이도 7.4점 기술을 써서 오히려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그는 "하지만 2차 시기에서 착지가 완벽해 금메달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선에서 가장 마지막에 출전했기 때문에 앞서 연기에 나선 경쟁자의 점수가 16.266점 이하면 난도 7.0점짜리 '여 2'를 쓰고, 그 이상이면 '양학선'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소개했다. 실제 다섯 번째로 연기한 아블랴진(러시아)선수가 16.399점을 받자 양학선은 뒤도 보지 않고 이 카드를 빼 들었다.
양학선은 "여섯 번째 선수의 연기부터 봤다"면서 "옆에서 몸풀 때 속으로 아블랴진이 잘해야 나도 내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마음먹었다"며 강한 승부욕을 내보였다. "금메달 포상금으로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는 부모님께 번듯한 집을 지어드리고 싶다"는 양학선은 결선 전날 밤 "부모님이 좋은 꿈을 꾸셨다고 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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