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등 주요 공기업이 자의적 회계 처리로 공공원가를 9조원이나 부풀렸다는 국회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최근의 전기요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에서 보듯, 공기업들은 고액연봉 삭감 등 경영효율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등 원가 인상분 반영이라는 손쉬운 방법에만 매달려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 원가 자체도 상당부분 부풀려졌다니, 공기업의 탐욕적 행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겉으로는 '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한다'면서도 원가를 높이는 비용은 최대한 반영하는 반면, 원가를 흡수하는 이익 항목은 최대한 배제해 일반 시민에게 돌아갈 원가 인하분을 기업 내부에 유보시켜 자기들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레일과 그 자회사인 ㈜코레일유통 사이의 회계 처리.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코레일유통은 모회사 위탁을 받아 철도역사 구내 매장과 자판기 운영 등을 통해 2011년 1,895억원의 매출과 2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런데 코레일은 역사의 사용가치를 기회비용으로 환산해 운송 원가에 반영하면서도, 100% 자회사인 ㈜코레일유통으로부터 역사 임대료(555억원)와 현금 배당(40억원) 명목으로 받은 돈은 원가에서 차감하지 않았다. 철도 이용객에게 원가 절감 방식으로 돌아가야 할 595억원이 코레일 금고에 유보된 것이다.
한전과 그 자회사 사이에서도 비슷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한전은 한전KDN(지분율 100%ㆍ내부 매출 3,091억원), 한국전력기술(74.9%ㆍ4,848억원), 한전KPS(75%ㆍ7,771억원), 한국원자력연료(96.4%ㆍ2,239억원) 등으로부터 상품ㆍ용역을 구매하고 있는데, 이들 회사에 지급한 비용 전액을 발전 원가에 포함시키고 있다. 반면 자회사가 최근 5년간 한전과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한 뒤 내부에 유보해 놓은 7,908억원의 이익은 원가 계산에 넣지 않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도 자회사(한국가스기술공사)에 지불한 비용만 원가에 반영하고, 지분법 이익(2011년 66억원)은 요금 산정에 포함하지 않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주력 사업과 밀접히 연관됐는데도 굳이 부대사업을 분류한 뒤 이익을 내부에 유보하거나, 자회사나 퇴직자 단체와 수의계약을 맺어 소비자가 챙길 몫을 외부로 빼돌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도로공사는 도로사업과 휴게시설 사업을 분리한 뒤, 휴게시설 부문에서 발생하는 연간 수백억 원대의 이익을 내부에 유보하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휴게시설 부문 실적을 도로사업과 통합하면 고속도로 운영원가가 지난해 기준 591억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로공사가 퇴직자 단체와 맺고 있는 특혜성 계약도 운영원가를 부풀리는 요인이다. 이 회사는 퇴직자 단체가 100% 지분을 보유한 업체에 고속도로 휴게소 16개의 운영권을 수의계약으로 넘겼는데, 해당 업체는 2011년에만 28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이 중 8억3,000만원을 퇴직자 단체에 현금 배당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요금 산정과 관련된 정부의 느슨한 통제를 문제로 지적한다. 현행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력, 철도, 도로 등 각종 공공 서비스의 원가는 주무부처 장관이 정하도록 돼 있는데, 부처마다 기준이 상이한 것은 물론이고 추상적이어서 각 기업들이 악용할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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