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금녀(禁女)'의 원칙을 고수하던 복싱이 마침내 2012 런던올림픽에서 여성들에게 굳게 닫았던 문을 열었다.
6일(이하 한국시간)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복싱 플라이급(51㎏이하) 김혜성(북한)의 펀치는 역사적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제1회 아테네올림픽 이후 116년 만이었다.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 세계랭킹 10위 김혜성은 이날 세계랭킹 3위인 엘라나 사벨리예바(러시아)와의 16강전에서 첫 펀치를 날리며 분전했으나 결국 9-12로 패하며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개막전 승리'의 영광을 거머쥔 사벨리예바는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며 "여자 복싱에 대한 내 자부심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는 출전 선수 중 일부가 치마를 입고 링에 오르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하지만 여자 선수들이 날리는 어퍼컷이나 강펀치 등 경기의 박진감은 남자 복싱에 못지 않았다.
여자 복싱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몰려든 1만 관중도 선수들의 진지한 승부에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첫날 펼쳐진 경기는 개막전을 포함해 라이트급(60㎏이하), 미들급(75㎏이하) 등 총 12개. 이 중 미들급에 출전해 승리한 아나 로렐(스웨덴)은 "여자 복싱선수들은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며 "링에 오르며 관중과 가족의 응원을 들었을 때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감격을 표했다.
2001년 사상 첫 여자복싱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인도의 여자 복싱영웅 마리 콤(플라이급)은 카롤리나 미찰츠주크(폴란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눈물을 쏟기도 했다. "모든 운동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뛰고 싶어 하지만 나는 12년을 기다리고 기다렸다"고 밝힌 그는 "싸우고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지난 28일 개막식에서 런던올림픽을 '양성 평등에서 큰 진일보'라고 평가하며 "올림픽사의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싱에서 여자종목이 추가됨에 따라 사상최초로 모든 경기에서 여자선수들이 출전한 런던올림픽은 스포츠에서 '완벽한 기회의 남녀평등'을 실현한 최초의 올림픽이 됐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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