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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2012/ 달동네 소년 양학선, '골든보이'로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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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2012/ 달동네 소년 양학선, '골든보이'로 날았다

입력
2012.08.0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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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20ㆍ한국체대)이 2012 런던올림픽 기계체조 남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체조 역사를 새롭게 썼다.

양학선은 6일(한국시간) 밤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도마 결선에서 평균 16.533점을 얻어 감격적인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 동안 여홍철(41)ㆍ이주형(39)ㆍ양태영(32) 등 끊임없이 체조 스타를 배출하고도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한국 체조가 마침내 오랜 숙원을 풀었다.

예선에서 16.333점을 받아 전체 2위로 결선에 오른 양학선은 이날 마지막 순서인 8번째로 경기를 펼쳤다. 1차 시기에서 난도 7.4점짜리의 '양학선'(양1·구름판 정면으로 밟아 공중에서 3바퀴 비틀기)을 무난하게 마친 뒤 2차 시기에서 '스카라 트리플'(옆으로 손 짚고 3바퀴 비틀기ㆍ난도 7.0)을 완벽하게 구사했다. 결국 1,2차 평균 16.533점(16.466점ㆍ 16.600점)을 받아 든 양학선은 2위 러시아의 데니스 아블리아진(16.399점)을 큰 점수 차로 제치고 한국 체조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했던 불운을 이겨낸 값진 승리였다. 양학선은 남들처럼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없다. 아버지는 아팠고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광주 달동네로 이사를 갔다. 이웃 주민들은 "집을 얻을 돈도 없어 이 동네로 온 아주 밑바닥인 상태였다. 엄마가 기술이 있어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었다"고 이 꼬마의 집안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형과 함께 광주 광천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철봉과 구름 사다리를 넘는 게 하루 일과였다. 너무 가난해서 다른 것에 취미를 둘 수도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온 종일 철봉에 매달려 기술을 터득할 때 마다 말 못할 성취감을 느꼈다. 흔히 체조 선수를 비유하듯 "마치 새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2학년 때 체조를 시작한 양학선은 광천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소년체전 평행봉에서 동메달을 땄다. 6학년 때는 링에서 금메달을 따며 '체조 유망주'로 이름을 떨쳤다. 중 3때 지독한 슬럼프가 찾아와 가출을 하는 등 방황하기도 했지만 오상봉 광주체고 코치를 만나면서 다시 이를 악물었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과 인내심으로 무장한 양학선은 이후 한국 체조의 대들보로 성장했다. 오전과 오후, 새벽에도 훈련한 결과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0 아시아주니어기계체조선수권대회 2관왕(도마ㆍ링),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도마 금메달, 2011 코리아컵 고양국제체조대회 도마 1위, 2011 도쿄세계기계체조선수권 도마 금메달 등 올림픽에 앞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키 160㎝에 몸무게 51㎏, 대표팀 선수 중 체구가 가장 작은 양학선은 체조를 하기에 딱 좋은 몸을 갖고 있다. 팔과 다리도 짧아 도마를 짚을 때 신체를 곧고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고 더 큰 탄성을 낼 수 있다. 어린 시절 유난히 작았던 몸이 싫은 적도 있지만 타고난 신체조건을 적극 활용한 양학선은 결국 런던 새로 훨훨 날았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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