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아드 히자브 시리아 총리가 요르단으로 망명했다고 6일 요르단 정부와 시리아 반군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 시리아 사태 발발 이래 정권에서 이탈한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일부 장관들도 총리와 함께 망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이너서클(핵심부)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요르단 정부는 이날 히자브 총리가 가족과 함께 시리아를 탈출해 요르단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히자브는 대변인 무함마드 오트리를 통해 "학살과 테러를 자행하는 정권에서 망명해 반군 대열에 합류했다"고 밝히면서 다른 장관들의 망명을 촉구했다. 오트리 대변인은 "히자브의 망명은 두 달 전부터 계획됐으며 (반군 조직인) 시리아자유군(FSA)이 망명을 도왔다"고 밝혔다.
시리아 반군과 반정부 세력은 장관들이 총리와 동반 망명했다고 주장했는데 그 숫자는 엇갈리고 있다. 아흐마드 카심 FSA 대변인은 "3명의 장관이 총리와 함께 정권에서 이탈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장관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최대 반정부 단체 시리아국가위원회(SNC) 관계자는 장관 2명과 고위 장교 3명이 총리와 동반 망명했다고 AFP에 말했다. 오트리 대변인은 망명한 히자브의 가족 10명 중 2명이 석유장관과 환경장관이라고 말했다.
히자브는 알라위파(시아파 계열)인 알 아사드와 달리 시리아 국민 다수가 속한 수니파 소속으로 집권 바트당에 충성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알 아사드는 6월 개각에서 농업장관인 그를 총리로 임명했다. 시리아 국영TV는 이날 히자브 총리가 해임됐고 오마르 갈라완지 부총리가 임시 총리로 지명됐다고 보도하면서 경질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폴 살렘 카네기중동센터 소장은 "히자브는 알 아사드에게 측근 중 최측근"이라며 "그의 망명이 시리아 정권을 지탱하는 정보기구와 군에 근본적 타격을 입히진 않더라도 정권의 쇠락을 가속화하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내전이 장기화되고 전황이 정권에 불리해지면서 시리아 정부ㆍ군의 핵심세력 이탈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만 해도 5일 알 아사드의 친구이자 공화국수비대 지휘관인 마나프 틀라스 준장이 망명한 것을 시작으로, 나와프 알 파레스 이라크 주재 대사(11일), 라미아 알 하리리 키프로스 주재 대리대사(24일), 압둘라티프 알 다바그 아랍에미리트 주재 대사(25일) 등 고위급의 망명이 잇따랐다.
한편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도심에 있는 국영TV 방송국이 폭탄 공격을 받았다고 알 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시리아군이 "수도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한 지 이틀 만에 일어난 이번 공격으로 방송국 직원 3명이 부상하고, 사무실과 방송 장비 일부가 파손됐다. 제2도시 알레포에서도 치열한 교전이 이어져 반군 지도자 등 9명이 사망했다고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가 밝혔다. SNC는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가 시리아 중서부 반정부 거점도시 하마를 폭격해 40명이 사망하고 120여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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