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친구가 아직 저 산에 누워있잖아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올라가는 겁니다."
지난해 10월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박영석 원정대를 찾기 위해 박 대장의'30년 지기'가 주축이 된 수색대가 나섰다. 지난해 사고 직후 안나푸르나 남벽 수색대의 활동에 이은 두 번째 수색 작업이다.
수색대장을 맡은 김진성(48)씨는 박 대장의 동국대 산악부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다. 김씨는 진재창(46), 이한구(44), 김동영(35), 김영미(33ㆍ여)씨와 함께 수색팀을 꾸려 6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떠났다. 모두 박 대장과 수 차례 등반 경험이 있으며, 특히 이한구ㆍ김동영 대원은 지난해 10월 박 대장과 마지막 등반을 했었다.
박영석탐험문화재단 관계자는 "김 대장이 평소'30년 친구인 영석이와 동료 대원들이 설원에 누워있는 것을 그냥 둘 수 없다'는 말을 버릇처럼 했다"며 "유품이나 흔적이라도 찾아서 가족들에게 가져다 주기 위해 출발한 것"이라고 전했다. 수색팀 이름은 '2012 안나푸르나 수색대'로 붙여졌다. 연도를 표시한 건 박 대장과 강기석, 신동민 대원 등 실종자들을 이번에 찾지 못할 경우 내년에도 또 수색을 하겠다는 의미다.
본격적인 수색 작업은 18일 시작될 예정이다. 윤태영 박영석탐험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200㎞ 정도 떨어진 해발 900m의 포카라에서 등반을 시작하며, 14일쯤 4,200m 고지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한 뒤 16일엔 5,200m 고지에 어택캠프를 꾸릴 것"이라고 했다. 윤 사무국장은 "여기서 이틀 정도 적응 훈련을 한 뒤 1주일간 본격적으로 수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산악계에서는 김 대장의 의지는 높이 사면서도 험로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통상 눈이 녹는 8월은 눈사태 위험 때문에 등반을 하지 않는다. 자칫 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수색대도 이를 알고 있는 듯 했다. 윤 사무국장은 "눈이 좀 녹아야 수색이 쉽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위험이 따르는 만큼 망원렌즈 장착 카메라를 갖춘 헬기로 두 차례 항공촬영을 하고, 사진을 확대해 의심이 가는 지역을 집중 수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색대는 안전을 위해 실시간 위치가 전송되는 GPS 무전기를 갖췄다. 셰르파 8명과 2개조를 편성해 박영석 원정대가 눈사태로 묻혔을 것으로 추정되는 5,000m 남벽 하단 아래 지점을 집중 탐색할 예정이다. '2012 안나푸르나 수색대'는 다음달 4일 귀국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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