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서울 곳곳에서 온 초등 4학년~ 중 2학년 아이들 10명이 각자 어머니에게 자신이 원하는 직업과 성공했을 때 보이고 싶은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머니는 이를 듣고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아이들의 미래를 그렸다. "우리 엄마 그림 너무 못 그려요"라고 투덜대며 직접 색연필을 잡는 아이도 있었다. 40여분 뒤 주식시장의 전광판을 배경으로 팔짱을 낀 펀드매니저, 맛있고 보기 좋은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대형 콘서트장에서 공연하는 아이돌 가수 등의 모습이 전지에 그려졌다.
이어 부모와 자녀는 상담사의 지시대로 각자의 장점을 20개씩 채워 넣고, 다음에는 서로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베스트 5에 밑줄을 그었다. 아이들과 엄마들은 인정받고 싶은 자신의 장점이 서로 다르다는 데에 놀라워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너그럽다'를 자신의 베스트 장점으로 꼽자 "나는 아이에게 너그럽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너그럽다고 생각해 주니 고맙다. 앞으로 더 너그럽게 아이를 대하도록 노력해야겠다"며 아이를 꼭 안았다.
이 행사는 부모ㆍ자녀 사이 의사소통의 벽을 허물기 위한 서울시교육청 '자녀와 함께하는 아트테라피' 프로그램이다. 청소년기 자녀와 부모가 함께 미술활동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별칭을 그림으로 표현한 후 이유를 이야기하기, 가족을 도형으로 그린 후 부모ㆍ자녀 간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기, 함께 작품을 구상해 석고손 만들기 등 프로그램의 모든 내용이 미술 작품을 만들면서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한다.
중학생 자녀 두 명과 함께 온 정근혜(42ㆍ서초구 반포동)씨는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 들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싶은지 알고 싶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미술 활동을 같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주도하면서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정씨의 딸 김현민(13)양은 "엄마가 장점 20개를 적어준 것을 보고 내가 이렇게 장점이 많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아트테라피는 '미술 치료'라는 용어가 풍기는 부정적인 느낌을 없애기 위해 만든 말이다. 문제 학생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인상을 줘 참여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술 치료는 특별히 문제가 없는 사람도 말로 이해할 수 없거나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쉽게 드러낼 수 있어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김연화 상담사는 "아트테라피는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활동을 대화의 도구로 활용해 부모와 자녀의 의사소통을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로그램이 끝난 후 학생들에게 어떤 점이 가장 좋았냐고 묻자 학생들은 "엄마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좋았다" "엄마가 내 장점을 쓴 것을 보고 엄마가 나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엄마를 더 잘 알게 돼서 좋았다"고 답했다. 어머니들은 "아이에게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고 여기저기 참여하게 한 것을 반성한다" "아이의 몰랐던 점을 알게 됐다" "프로그램 중 아이와 싸우기도 했지만 대화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혀 즐겁게 마무리하게 됐다"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아이의 속내를 알게 된 사실에 놀라워했다.
김 상담사는 "보통 부모는 자기 기준으로 아이들을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하는데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대화가 단절되고 갈등이 생긴다"며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아트테라피 외에 성격유형별 자녀 양육법(9월), 공감적 대화, 부정적 감정 다루기(이상 10월) 등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통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학부모지원센터 홈페이지(parents.sen.go.kr)나 전화(02-399-9098)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신청할 수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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