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10년째 키워온 애호박, 우엉을 우리 손으로 키우고 싶을 뿐인데 그것도 안 되나요?"
6일 오전 3시쯤 4대강 사업의 마지막 공사현장인 경기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유기농지 앞에서 만난 주민 김병인(57)씨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국토관리청은 3시간 후 두물지구 내 불법 경작지 1만8,000㎡에 있는 지장물(비닐하우스 27개동, 농막 2개동, 농작물)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상태였다. 김씨는 국토관리청이 2009년 자연생태하천 조성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 곳에 있던 17가구 중 끝까지 이주하지 않은 4가구 주민 중 한 명이다.
새벽 동이 틀 무렵 유기농 단지 주변은 200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행정대집행에 반대하며 전날부터 30여개의 대형 텐트를 치고 전야제를 벌인 시민단체 회원들과 정당 관계자들이었다. 곧 4대강 저지 천주교 연대성직자 7명이 찾아와 아침 미사를 열었다. 모인 사람들은 연신 "경찰이 어디까지 왔느냐" "중장비도 동원됐느냐"고 물으며 초조해했다. 한 손엔 야생화 부들을 든 채였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개 중대 300명 넘는 경찰력을 현장 주변에 배치했다.
오전 6시 한강살리기 1공구 두물지구 사업시행자인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미경 의원 등 민주통합당 4대강 사업 조사특별위원, 종교인, 시민 등 200여 명에 가로막혀 대집행 영장만 낭독하고 철수했다. 임광수 서울국토관리청 하천국장은 "반대 단체와 물리적 충돌 등 안전 문제로 오늘은 영장만 낭독했다"면서도 "하지만 (대집행은) 언제든지 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물머리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 방춘배 사무국장은 "텐트촌을 지키며 미사와 문화제를 진행하겠다"며 "두물머리 4대강 사업 소송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데 강제철거는 옳지 않으며 두물머리 일부라도 유기농장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병인씨는 "이 곳은 자연습지가 발달하고 땅이 비옥해 유기농사에 더 없이 좋은 곳"이라며 "지난해 세계유기농대회까지 열린 곳인데 4대강 사업이 얼마나 대단한 사업이길래 이 곳을 갈아 엎으려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4가구의 농지를 그대로 유지한 채 공사를 진행할 방법은 없어 타협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임 국장은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전국에서 비닐하우스 3만3,000동을 철거했는데 단 4가구를 위해 철거를 취소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평=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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