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돈 공천' 의혹을 부른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을 제명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어제 당 윤리위의 제명 방침 결정에 따라 현 전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현 의원은 의원총회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제명이 확정된다. 현 의원은 무소속 의원으로 남지만 '돈 공천'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른 당선 무효 가능성은 남아있다.
여당의 이번 결정은 탈당 권고 거부 등 두 사람의 당명 불복에 따른 당연한 후속 조치다. 지난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두 사람의 즉각적 출당 대신 자진 탈당 권유 및 윤리위 회부를 결정하면서 예고한 조치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제명 방침을 이례적으로 서둘러 결정한 데는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 수 있는 모든 악재는 재빨리 털어내자는 당내 공감이 작용했다. 그제 '7인 회의'가 '비박 3인'의 경선 참여 중단 사태를 해소하자는 당초 목표를 넘어 비박 세력에까지 이런 공감대를 넓힌 모양이다.
선제적 대응으로 '보험'을 들어두어야 본궤도에 오른 검찰 수사가 밝힐 진상이 어느 쪽이든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을 듯하다.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도 국민의 의심을 다 지울 수 없는 반면, 머뭇거리다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국민적 비난은 더욱 커진다.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의 제명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최종 불발해 내부 분열과 국민적 비난만 키운 통합진보당 사태도 참고가 됐을 성싶다.
어제 박 전 위원장은 새누리당 대선후보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과 당원에 송구스럽다"며 "다시는 공천비리가 발 붙일 수 없도록 철저히 개혁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칫 깊이 빠질 수도 있었던 '돈 공천' 늪에서 이미 많이 벗어났음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이번 '털어내기'로 여당이 긍정적 효과만 누릴 수는 없다. 박 전 위원장이 참석한 '7인 회의'를 고비로 이번 결정을 포함한 난제가 술술 풀리고, 뜬금없는 황우여 대표 퇴진 요구까지 사실상 수용됐다. 이런'일극(一極) 중심주의'의 강화 조짐을 당내 민주화로 대체하지 못하는 한 진정한 개혁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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