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전직 국영은행장이 은행이 자금난에 빠지기 몇 달 전 거액의 예금을 해외로 반출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테오도로스 판타라키스 전 그리스 농업은행장은 지난해 800만유로(약 112억원)를 들여 영국 런던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게오르그 프로보풀로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3일 의회에서 "농업은행의 고위 관계자가 거액의 자금을 해외로 반출했다는 구체적인 자료를 세무당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판타라키스 전 은행장도 재산의 해외 이전을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당국에 신고했고 세금도 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스 금융계는 불법 여부를 떠나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의 은행 수장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FT는 판타라키스뿐 아니라 수십 명의 그리스 정치인, 은행가, 사업가가 국민이 긴축에 시달리는 동안 런던의 고가 부동산을 사들였다고 전했다.
판타라키스는 지난달 농업은행이 우량자산 9,500만유로를 그리스 4위 규모인 피레우스은행에 매각하면서 은행장에서 물러났다. 판타라키스는 공적자금 46억유로를 투입하면 농업은행이 회생할 수 있다며 자산 매각에 반대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을 제공한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뜻에 따라 농업은행 자산을 우량, 불량으로 나눠 우량 부분을 매각했다.
에게해 파로스섬 별장에 머물고 있는 판타라키스는 이달 말 의회에 출석해 은행장으로 재직한 3년간 농업은행에서 일어난 일을 증언할 예정이다. 그리스 야권은 농업은행이 신민당과 사회당 등 연정 참여 정당에 충분한 담보 없이 1억5,000만유로를 대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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