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벽은 역시 높았고, 마치 상대는 남자 선수 같았다.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은 6일(이하 한국시간) 엑셀 런던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단체 준결승에서 중국에 0-3으로 졌다. 3경기 중 단 한 세트도 뽑지 못하는 완패였다. 이로써 한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복식이 없어지고 도입된 단체전에서 사상 첫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지난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던 한국은 7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일본에 패한 싱가포르와 3ㆍ4위전을 치르게 됐다.
중국은 앞서 끝난 남녀 개인전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독식하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드러냈다. 막강한 전력을 뽐낸 중국은 한국의 '오더 작전'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한국은 에이스 김경아(대한항공)와 리샤오샤의 맞대결을 피하기 위해 1번 주자로 석하정(대한항공)을 내세웠다. 지난해 오픈 대회에서 리샤오샤를 꺾은 바 있는 석하정에게 거는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석하정은 이번 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리샤오샤의 날카로운 포핸드와 백핸드에 고전하며 끌려갔다. 3세트에서 석하정이 10점에 먼저 도달하면서 한 세트를 뺏는가 했지만 연속 득점을 내주며 10-12로 무릎을 꿇어 첫 번째 경기를 내줬다.
2경기에서 '깎신' 김경아가 단식 은메달을 차지한 딩닝과 맞붙었다. 세계랭킹 5위에 오를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대등한 경기가 예상됐다. 그러나 범실 없는 경기를 펼친 딩닝은 세계 1위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딩닝이 범실을 하지 않자 오히려 당황한 김경아가 긴 랠리에서 실수를 연발하는 경기 양상이 이어졌다. 1세트를 8-11로 뺏긴 김경아는 2세트에 반격을 노렸지만 범실에 무너졌다. 김경아는 마음 먹은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탁구공을 밟으려 하는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3세트에서도 2-8로 6점을 뒤지다 7-10까지 추격했지만 리시브 범실로 마지막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3경기 복식에서는 허리 부상 이유로 제외된 박미영(삼성생명) 대신 투입된 당예서(대한항공)가 석하정과 복식 호흡을 맞췄다. 중국은 오른손 리샤오샤와 왼손 궈예가 나섰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김경아, 박미영과 함께 동메달을 따내는 데 기여한 귀화 선수 당예서는 지난해 아기를 낳은 뒤 다시 돌아와 태극마크를 달았다. 1세트를 빼앗긴 당-석 조는 2세트에 3-1로 앞서갔다. 하지만 연속 7점을 내줘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5-11로 2세트마저 빼앗겼다. 이들은 3세트에서 8-5로 앞서가다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연속 6점을 내줘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게 됐다. 현정화 총감독은 "마치 남자와 치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경아는 "이 정도로는 어림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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