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부터 전력수요가 폭증하면서 전력경보 수준이 평상시 보다 2단계 높은 '주의' 단계로 갑자기 상향됐다. 지난달부터 수요관리를 통해 예비전력을 적정 상태로 유지해 왔던 전력 당국이 미처 예상치 못한 결과다.
폭염이 이날 따라 더욱 극심해진 것도 아니고, 보통 8월 둘째주까지 이어지는 산업계의 집중휴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밤낮으로 계속되는 무더위에 시민들이 한계상황에 도달하면서 전기절약 모드에서 이탈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안정적인 예비전력 규모를 500만㎾(예비율 5%)로 설정하고, 공급에 비해 수요가 급증할 때마다 관심→주의(300만㎾ 미만)→경계(200만㎾ 미만)→심각(100만㎾ 미만) 순으로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날 예비전력이 350만㎾(오전 10시17분)와 254만㎾(오전 11시8분)를 잇따라 밑돌면서 전력 수급불안을 의미하는 관심 단계 진입에 이어 주의 단계가 발령된 것은 각각 지난 6월 7일, 지난해 9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수급불안의 1차적 원인은 계속된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 지난 6월 관심단계 발령 때는 발전능력이 달려 예비전력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번 비상 조치는 전적으로 수요폭증 탓이다. 오후 한 때 순간 최대 전력수요는 7,429만㎾를 기록, 2월2일의 7,383만㎾를 훌쩍 뛰어 넘었다.
사실 서울은 열흘째, 대구는 15일째 연일 열대야 기록을 경신하면서 냉방 전기수요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28일 발효된 폭염특보(서울 기준)도 진행 중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했던 지난달 23일과 비교할 때 시간대별로 300만㎾ 이상 사용량이 급증했다"며 "올림픽 경기를 보고 에어컨을 끄지 않고 그대로 두는 이른바 '에어컨 관성' 효과도 예측치를 벗어나게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는 "절전 움직임으로 지난달 초까지 만해도 하루 수 백대 정도에 불과했던 에어컨 판매량이 최근 하루 1만대가 넘어서는 등 40~50배 폭증했다"며 "제습기도 불티나게 팔리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집중휴가제가 끝난 건 아니지만 일부 산업계가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것도 전력수요를 부채질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상가동은 아니지만 전기를 많이 쓰는 철강, 조선, 시멘트 등 업종의 휴가 인원 상당수가 생산 현장에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전력수급의 최대 고비는 이달 셋째ㆍ넷째주. 발전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예비전력은 수요관리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산업계 전체가 완전히 휴가에서 복귀한다. 휴가를 분산시켜 산업 현장의 전기 사용량을 제어해 왔던 정부의 관리대책이 한계에 직면하는 것이다. 여기에 폭염마저 수그러들지 않으면 전력대란은 가시화할 수밖에 없다. 지경부 관계자는 "산업계와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전력사용 감축 계획은 서 있지만 날씨가 강력한 변수"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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