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멈췄다.' 6일(한국시간)오전 5시50분 정각 2012 런던올림픽 남자 100m 결선경기가 열린 런던 북동부 리밸리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탕' 하는 출발총성과 함께 9초63 찰나의 순간이 지나는 동안 지구가 멈춘 듯 전세계 인류의 시선이 단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우사인 볼트(26ㆍ자메이카)다.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자 볼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8만 관중이 보내는 축하의 함성과 카메라 플래쉬가 볼트의 눈과 귀를 파고들었다.
이날 경기는 4년전 베이징올림픽 때처럼 '볼트와 일곱난장이'의 레이스 복사판이었다.
3위로 준결선을 통과한 볼트는 결선 7번 레인에 섰다. 때마침 초속 1.5m의 뒷바람이 불었다. 기준풍속 2.0m이하였다. 늘 그래왔듯 관중을 향해 양쪽 검지 손가락으로 머리를 문지르며 긴장을 풀었다.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출발총성이 울렸다. 볼트의 출발반응속도는 0.165초로 기록됐다. 8명의 주자 중 5번째. 평소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이날은 나쁘지 않았다. 볼트는 단거리 선수로는 장신(196㎝)에 속한다. 단점이자 장점이다. 볼트는 스타팅 자세에서 큰 키를 일으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한다. 그래서 출발직후 30m까지는 불리하다. 하지만 40m이후 지점부턴 가속도를 붙여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한다. 여기에 86㎏의 체중과 287㎝에 달하는 보폭이 속도를 보탰다. 트랙에는 '폭풍'이 몰아쳤다. 볼트는 그렇게 성큼성큼 41보 만에 골인지점을 통과했다. 자신의 세계신기록(9초58)은 갈아치우지 못했지만 베이징올림픽 우승 당시 작성한 올림픽 기록(9초69)을 0.06초 단축하는 신기록을 냈다. 요한 블레이크(23ㆍ자메이카)와 저스틴 게이틀린(30ㆍ미국)이 막판까지 볼트를 추격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대회 2연패를 확인한 볼트는 자메이카 국기를 몸에 두르고 천천히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마침 이날은 50년 전 조국 자메이카가 영국 연방으로부터 독립한 날이기도 했다. 볼트가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메이카 독립 50주년 축하연을 펼친 셈이다. 자메이카는 1962년 8월 6일 카리브 해 영연방 내에서 최초의 독립국이 되었다.
몸을 굽혀 한 바퀴 구른 뒤 팬들에게 다가가 우승의 기쁨을 나눈 그는 양팔을 하늘로 향해 뻗는 특유의 '번개 세리머니'를 펼치며 대미를 장식했다. 전문가들은 "볼트가 경기 3일전까지 자신의 컨디션이 95%라고 밝힌 점과 지난 1년 동안 허리와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9초63조차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었다"며 "조만간 9초4 신기원도 볼트의 발 밑에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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