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놀이는 사람 수보다 적게 의자를 가져다 놓고 노래 부르며 빙글빙글 돌다 호루라기를 불면 의자에 앉는 사람은 남고, 앉지 못하는 사람은 탈락하는 놀이죠. 의자에 앉지 못하는 순간, 그 놀이에 참여한 사람은 상상도 할 수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져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게 현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소설가 공지영(49)씨는 6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를 다룬 르포르타주 <의자놀이> (휴머니스트 발행)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 놀이와 자본의 잔인함이 결합됐을 때 상황을 상징적으로 풀어보고 싶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의자놀이>
지난해 영화로 큰 반향을 일으킨 <도가니> 의 원작소설 작가이자, 4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언' 공씨가 자신의 첫 르포르타주를 쓰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5월. 쌍용차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문화예술인 선언식 '함께 살자 100인 희망지킴이'에 참석한 직후다. 6월부터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가 한달 반 만에 이 책을 탈고했다. 책은 공씨의 인세 전액과 출판사 이윤을 기부하는 재능기부 방식으로 만들었다. 책 한 권 팔면 공씨는 책값의 10%인 1,200원을, 출판사는 3,000원을 내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돕는 데 쓴다. 도가니>
쌍용차는 2005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되면서 노동자 2,646명의 정리해고가 단행됐고 이후 77일간 노동자들의 파업과 경찰진압이 반복됐다. 2011년에 인도 마힌드라사에 재매각되면서 이전의 복직 약속은 사라졌고 생계가 막막해진데다 파업 투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노동자 중 22명이 잇따라 자살하는 현재진행형 사태로 번졌다.
공씨는 이 사건을 '의자놀이'와 '유령'에 비유한다. 미워해야 할 대상이 모호한 신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성격의 사건이며, 유령 같은 자본의 실체를 말해주고 있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늘이 쌍용차 파업이 끝난 지 3년 되는 날"이라며 그는 "소설 <도가니> 에서 언급한 상류층의 '침묵의 카르텔'이 쌍용차 사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너는 오늘부터 해고야' 할 때, 대들면 불법이 된다는 불편하고 부당한 진실에 대해 이 책이 사회적인 논의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도가니>
책은 쌍용차 노조와 가족들을 비롯해 이들의 정신적 외상을 치료해온 심리치료센터 '와락'의 정혜신 박사, 칼럼니스트 하종강, 시인 송경동씨 등을 인터뷰해 쌍용차 매각과 정리해고 과정, 파업 이후 상황을 들려준다. 쌍용차 사태 당시 기사, 방송, 칼럼 등도 직접 인용해 소개한다. 공씨는 "쌍용차 관련 기사, 칼럼, 기록 등을 책에 인용할 때 저자 100여명이 모두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며 "책은 제 이름으로 출간되지만 이런 분들의 자료, 증언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2009년 파업 당시 점거 농성 후 3년간 복역하다 전날 출소한 한상균 전 쌍용차 노조 지부장도 참석했다. 공씨가 책을 쓰면서 한 전 지부장의 부인과 인터뷰하려 했지만 울기만 해 말을 잇지 못했다고 소개하자, 한 전 지부장은 "아내에게 평생 빚을 졌다"며 고개를 떨궜다.
공씨의 재능기부 소식에 유명인들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18일 들국화가 대한문 앞에서 콘서트 '들국화와 함께 하는 공지영의 의자놀이'를, 27일 칼럼니스트 탁현민, 정신과전문의 정혜신씨가 홍대에서 의자놀이 출간기념 북콘서트를 연다. 공씨는 "책이 많이 팔려 쌍용차 사태에 공감할 계기가 되고 희생된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금전적으로 도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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