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불가능'에 도전한다. 한국 축구사에 또 하나의 새로운 페이지가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8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리는 2012 런던올림픽 4강전에서 브라질과 격돌한다.
인터넷 유행어를 빌어 표현하자면 브라질은 한국 축구에'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같은 존재였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본선에서 처음 만나 0-4로 진 것을 시작으로 2007년 캐나다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 조별리그에서 2-3으로 패하기까지, 각급 대표팀은 국제 대회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전패의 시련을 당했다.
1983년 멕시코 청소년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며 몰아친 '붉은 악마'돌풍은 준결승에서 브라질에 1-2로 역전패하며 잦아 들었다. 97년 말레이시아 청소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3-10으로 대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한국 축구가 국제 대회에서 당한 최악의 참사다. 브라질은 전반에만 6골을 뽑아내며 한국 축구를 농락했다.
48년간 쌓인 빚을 돌려줄 때가 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브라질이 한 수 위지만 정신력과 상승세에서는 한국이 앞선다. 한국은 8강에서 개최국이자 '축구 종가'인 영국을 120분 혈투 끝에 물리치며 결속력과 자신감이 한층 높아졌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브라질 축구에'올림픽 악몽'을 안겼던 이전 상대보다 못할 것이 없다. 브라질은 월드컵과 달리 올림픽에서 정상에 서지 못한 징크스가 있다. 특히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팀에 발목이 잡혔던 적이 많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브라질은 호나우두, 히바우두, 베베토 등을 포함한 호화멤버를 출전시켰지만 준결승에서 나이지리아에 3-4로 패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호나우지뉴가 팀을 이끌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8강전에서는 카메룬에 1-2로 졌다.
한국이 영국을 상대로 할 때처럼 팽팽한 흐름을 유지한다면 다급해지는 쪽은 브라질이다. 사상 첫 금메달을 목표로 간판 스타를 총동원한 브라질의 승리에 대한 중압감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다. 리드를 잡지 못하면 조급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이변 연출을 노릴 수 있는 틈은 넓어진다.
런던올림픽에서 '파이터'의 진면모를 보이고 있는 기성용(23ㆍ셀틱)의 임무가 중요하다. 네이마르(산투스), 헐크(포르투), 레안드로 다미앙(인터나시오날) 등이 포진한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이름 값에 어울리는 짜임새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중원에서 볼 배급이 막히고 상대가 강한 압박을 가하면 돌파구를 쉽게 찾지 못했다. 기성용을 축으로 한 한국 미드필드진이 상대를 당황시킨다면 승부의 흐름은 일반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브라질과의 일전은 기성용 개인적으로는 '설욕전'의 의미도 지닌다. 한국은 2007년 캐나다 청소년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폈지만 2-3으로 석패했다. 당시 기성용은 수비수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5년 간 괄목상대할 성장을 거듭한 기성용이 '삼바 축구'격침의 파란을 지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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