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메달은 비록 놓쳤지만 아름다운 도전으로 진한 여운과 감동을 주는 태극전사들이 있다.
여자 역도의 간판 장미란(29ㆍ고양시청)은 6일 오전(한국시간) 75㎏ 이상급 경기 용상 3차 마지막 시기에서 170㎏의 바벨을 들어올리다 채 버티지 못하고 플랫폼에 떨어뜨렸다. 세계 기록을 다섯 번 경신하며 2000년대 세계 역도계를 평정했던 장미란이 안타깝게 4위에 그치는 순간이었다.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장미란은 이내 2008 베이징올림픽 때처럼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바벨에 간접 키스한 뒤 미소를 지으며 우레 같은 박수로 격려하는 관중에게 손을 흔들었다.
경기장을 빠져 나온 뒤 장미란은 꾹 참았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2010년에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팔을 올리기조차 힘든 가운데에서도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며 바벨을 매일 30톤 넘게 들어올린 지옥 훈련이 떠올라 그랬을지 모른다.
장미란은 "아쉬움은 있지만 부상을 입지 않고 끝나서 다행"이라며 "어떤 선수든 올림픽이 부담스럽고 힘들었지만 이렇게 준비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한국 사이클의 맏형 조호성(38ㆍ서울시청)도 5, 6일 이틀에 걸쳐 6개 종목을 치르는 옴니엄 종목에서 11위를 끝으로 올림픽 메달을 향한 16년간의 짧지 않은 도전을 마무리했다. 조호성은 2000 시드니올림픽 40㎞ 포인트레이스에서 20번째 바퀴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 막판 스퍼트 실수로 4위로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이후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한 뒤 2004년 경륜으로 바꾸었다.
조호성은 2005년부터 4년 연속 상금 랭킹 1위에 47연승의 대기록을 세웠지만 올림픽 메달을 따기 위해 수억 원의 연봉도 마다하고 2008년 다시 사이클로 돌아왔다. 그는 이제 브레이크 없는 제2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 동안 세계무대와 경륜 등 다양한 곳에서 터득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한 공부를 계획 중이다.
셔틀콕 남자단식의 간판 이현일(32ㆍ요넥스)도 세 번째 나선 올림픽 메달 도전에서도 아깝게 4위에 그쳤다.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그였지만 2004 아테네올림픽 16강에서 탈락했다. 은퇴 선언까지 했던 이현일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4강까지 올라 메달의 꿈을 잡을 듯했지만 만리장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이번 대회에도 준결승에 올랐지만 역시 세계 최강 린단(중국)과 천룽(중국)에 잇따라 져 또 한번 눈물을 삼켜야 했다.
바벨 안 놓았던 사재혁의 투혼도 감동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은 사재혁(27ㆍ강원도청)의 투혼도 아름다웠다. 대회 2연패를 노렸던 사재혁은 남자 77㎏급 인상 2차 시기에서 바벨이 뒤로 떨어지면서 오른쪽 팔꿈치가 뒤틀려 부러지는 고통 속에서도 162kg의 바벨을 끝까지 붙잡았다. 2연패는 좌절됐지만 바벨을 끝까지 놓지 않은 그의 불굴의 의지는 모두에게 큰 울림이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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