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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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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입력
2012.08.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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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는 한 선배 언니와 저녁을 먹다가 둘의 입에서 요즘 애들이란 표현이 튀어나오기에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도 한때 요즘 애들이라 불린 적 있으니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리라. 다행히 둘 다 나이 들어가는 게 오히려 더 좋다고 하는 사이라 주름이고 보톡스고 그건 남의 집 사정으로 미뤄둔 채 안타까움에 혀 차는 일만 늘어놓다 보니 요즘 애들이 그 선두에 서더란 말이다.

특히나 대학교수인 언니는 입학하자마자 학자금 대출로 빚쟁이가 되어버린 아이들이 대학 4년 내내 돈, 돈, 돈타령만 하다 청춘을 허비하는 게 우리 때와는 너무도 다른 양상이라며 어디 애들이 일할 만한 자리가 없는지 내게 조심스레 취직 부탁을 해왔다.

글쎄, 언니 제자라면 나도 믿고 노력해보겠는데 요즘 도통 신입을 안 뽑으니 원. 평점과 외국어 점수는 얼마이고 자격증은 어떤 것들이 있고 무엇보다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간곡한 사정이라는 것까지는 이해는 하겠는데 그 아이가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 어떤 준비를 간절히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으니 나도 묵묵부답일 수밖에.

어쨌거나 우린 헛되게 돌아가는 세상에 돌이라도 집어 던질 여유가 있었고,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이별에 아파하는 자기 자신에 충실할 줄 알았고, 의리로 무장한 우정을 지키려고 도서관보다 술집을 전전하던 낭만을 최고로 여겼던 바, 그 좋은 걸 요즘 애들에게 뺏은 건 대체 누구란 말인가.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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