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에게 영감을(Inspire a Generation)'
런던올림픽의 슬로건이다. 혹자는 이를 대표하는 선수로 '의족 스프린터'인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ㆍ남아공)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탄소 섬유로 만든 보철 다리를 단 피스토리우스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런던올림픽 남자 육상에서 두 다리를 쓸 수 있는 일반 동료 선수들과 함께 경기장에 섰을 때의 모습은 하나의 경이였다.
하지만 결국 피스토리우스의 아름다운 도전은 미완에 그쳤다.
AP통신 등은 6일(이하 한국시간) 피스토리우스가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육상 400m 준결선에서 2조 최하위인 8위(46초54)에 그쳐 결선 진출권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장애인올림픽인 2008년 베이징패럴림픽 남자 육상 100m, 200m, 400m 세계 기록을 모두 경신하며 주목을 받았고 이를 통해 일반 선수들이 벌이는 경쟁의 장인 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5일 벌어진 예선에서 피스토리우스는 45초44의 기록으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준결선에 진출하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의족의 특성 상 일반 선수들에 비해 스타팅 블록을 미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었다.
피스토리우스는 이날 준결선에서 출발 반응속도 0.254초로 2조 8명 중 가장 늦은 스타트를 기록했다. 일반 선수에 비해 출발 후 30m 정도는 손해를 본 셈이다.
피스토리우스는 "나는 발목 관절이 없어서 스타트에서 큰 약점이 있다"며 "느린 스타트는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라고 경기 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피스토리우스의 도전은 미완일 뿐 끝난 게 아니다.
피스토리우스는 9일 런던올림픽 남자 1,600m 계주에 참가해 다시 메달에 도전한다. 또 이달 말 열리는 런던패럴림픽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피스토리우스는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로 올림픽에는 반드시 (메달을 따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준결선이 끝나고 2조 1위(44초59)를 기록한 키라니 제임스(20ㆍ그라나다)는 경기 직후 피스토리우스에게 다가가 자신과 그의 이름표를 번갈아 손으로 가리켰다. 제임스와 피스토리우스는 서로의 어깨를 말없이 감싸 안은 후 각자의 이름표를 바꿔 가졌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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