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는 사용상 편의 외에도 결제일을 여러 달로 나눠 사용자가 일시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는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대학이나 보험사들이 여전히 카드결제를 거부하고 있어 가뜩이나 불경기로 고통 받는 서민 가계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들 기관이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이유는 카드사와의 수수료 갈등 때문이라 '고래 싸움에 서민 등만 터진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국 410여개 대학 가운데 올해 2학기 등록금을 카드로 받는 대학(108개ㆍ26.3%)은 10곳 중 3곳에도 못 미친다. 업계 1위 신한카드로 등록금을 결제할 수 있는 대학은 서울대, 충북대 등 고작 8곳. 현대카드도 5곳, 하나SK카드는 8곳에 불과하다. 대상 대학이 지난해(58개)보다는 늘었으나 등록금 카드 납부를 전면 확대하겠다던 정부 목표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이는 카드사와 대학들의 수수료 이견 때문. 카드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1%대 수수료를 제시해도 대학들이 꿈쩍 않는다"며 대학에 책임을 돌리고, 대학들은 "연간 수수료로만 수십억원을 낼 판인데 더 낮춰야 한다"며 카드사를 탓한다. 이들에게 수백만~천만원대 등록금을 한 번에 현금으로 내야 하는 저소득층 학생ㆍ학부모의 고통은 우선 고려대상이 아닌 셈이다.
보험료 카드납부도 사정이 비슷하다. 현재 주요 생명보험들은 일부 보장성보험에만,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등에만 제한적으로 카드납부를 허용하고 있다. 카드사와 보험사는 오랜 기간 수수료율 다툼을 벌였으나, 금융당국이 2010년 "자율협의로 정하라"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는 바람에 여전히 양측의 협상은 제자리 걸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학이나 보험사 모두 '어차피 낼 수 밖에 없는 돈'이라는 배짱 때문에 카드사와의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씁쓸해 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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