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장마는 평년에 비해 1주일 가량 일찍 종료했다. 7호 태풍 카눈이 지난달 19일 경기ㆍ강원 북부지역을 가로질러 동해로 빠져나가 소멸하는 사이 북태평양고기압이 장마전선을 북한 지역으로 밀어붙이면서 남한지역엔 장마가 끝난 것. 이후 남한 지역은 찌는듯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으나 북한 지역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의 뒷심 부족 탓인지 평남-자강도-함남으로 이어지는 장마전선이 장기간 정체하면서 많은 비를 뿌렸다.
■ 조선중앙통신은 6월말부터 지난달 31일까지 한달 간 태풍과 폭우로 169명이 숨지고 144명이 부상했으며 실종자가 400여명에 달한다고 4일 전했다. 주택파괴 및 침수로 21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농경지는 6만5,000여 정보가 유실ㆍ침수됐다. 30여명 사망에 1만5,000여명의 이재민을 낸 지난해보다 훨씬 큰 규모다. 기상청의 한반도 구름 사진을 보면 북한 북부지역은 아직 짙은 구름으로 덮여 있다. 비가 더 내리고 피해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 유엔과 국제적십자사연맹(IFRC)등 국제기구들은 북한 당국의 지원요청을 받고 실사단을 파견하는 한편 긴급구호물자를 방출하는 등 발 빠르게 나섰다. IFRC는 피해 지역을 둘러본 결과 피해규모가 북한 당국 발표보다 더 크다고 밝혔다. IFRC는 1만 이재민 긴급지원을 위해 30만 스위스프랑(약 30만8,000달러)의 특별예산을 책정했고, 유엔아동기금(UICEF)은 식수와 위생도구 4,000여 세트, 식수정화제 1,000만 정 지원계획을 내놓았다.
■ 미 백악관 대변인도"고통 받는 북 주민들에게 동정을 보낸다"고 밝혀 대북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리 정부만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신중하다. 지난해 50억원 규모의 수해지원 물품을 마련했다가 북측이 외면하는 바람에 물품처리에 애를 먹었던 정부다. 최근 북한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처단 위협 등으로 대북지원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은 사정도 있다. 큰 수해로 고통 받는 북한주민을 돕겠다고 나설 수도 없게 된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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