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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산하의 등굣길은 산 넘고 물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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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산하의 등굣길은 산 넘고 물 건너

입력
2012.08.0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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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솟탱이골. 산골짜기에 흘러내린 물이 탕을 이뤄 옛적부터 그리 불렀다. 소양강댐 건설로 인적이 끊긴 이곳에 열살 꼬마 산하(山河)가 산다. 10일까지 매일 오전 7시 50분 방송하는 KBS1 '인간극장'은 산하의 여름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솟탱이골 주민은 산하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전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세탁기 대신 손빨래를 하고, 냉장고가 없어 매끼 반찬을 새로 만든다. 산하의 등굣길 역시 만만치 않다. 매일 새벽 산하는 부산스럽게 학교 갈 준비를 마친 뒤 할아버지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굽이굽이 산길을 내려간 오토바이가 소양강 물줄기를 건너 아랫마을에 도착하면, 산하는 스쿨버스를 타고 20여분을 더 가야 한다.

소양강의 물이 얕을 때야 오토바이로 건널 수 있지만, 비가 와 강물이 불어나기라도 하면 할아버지는 산하를 등교시키기 위해 나룻배를 띄운다. 산 넘고 강 건너는 멀고도 험한 길인 셈이다.

아들 부부가 갈라서면서 산하를 맡게 된 박광욱(75) 할아버지와 김복임(64) 할머니. 두 노부부는 손자가 마냥 귀여운지 산하를 만날 '똥강아지'라고 부른다. 똥강아지가 아니라고 말하는 산하도 할아버지ㆍ할머니를 곧잘 따른다. 할머니를 '할엄니'라 부를 정도. 할머니와 엄마를 합친 말이다.

산과 강을 닮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처럼 싱그러운 자연 속에서 구김살 없이 자라주는 산하가 고맙고 대견하다가도 점점 커가는 산하를 보면 걱정이 앞서는 노부부. 그래서 일흔다섯의 할아버지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날도 아랑곳없이 더욱 부지런히 고추 밭을 돌본다. 산짐승의 발길을 막으려 할아버지는 원두막에서 고추 밭을 지키며 뜬 눈으로 여름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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