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 병원 다니고 있는데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지 고민이다.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다."
"주변에 그 병원에서 출산한 사람도 많은데…, 진료시간도 아닌데 영양제 맞으러 왔다 길래 작은 산부인과 인 줄 알았더니 (유명한 산부인과여서) 충격이다."
산모들이 이용하는 M사이트 등 인터넷 카페와 사이트에는 서울 강남지역 내로라하는 '미시족'의 단골병원으로 유명한 H산부인과에서 최근 발생한 의사의 환자 사체 유기사건이 연일 관심의 대상이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성관계를 갖기 위해 수면유도제를 투여한 후 환자가 사망하자 유기하고, 더구나 두 사람이 내연관계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산모들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특히 피의자인 전문의 김모(45)씨가 근무한 H산부인과는 부유층과 연예인 등이 자주 찾고, 30개 병실(산후조리원 포함 45개)이 모두 1인실로 운영되는 '고급 산부인과'여서 산모들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의료진들도 대부분 국내 일류 대학의 교수 출신 전문의들로 꾸려져 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한 주부는 "H산부인과에서 출산을 했는데, 우리 아들 출산한 병원이 이렇게 되다니 살 떨리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친구가 그 선생님께 (아기를) 받았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며 '정말 사람 일 알 수 없다'고 한다. 세상 참 무섭다"고 했다.
의사들에 대한 불신도 커지는 양상이다. 한 산모는 "의사를 검증해야 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는 거 같다"며 "제 주위에 여기서 낳은 친구들이 많고 그 선생님한테 받은 친구도 있었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고 했다.
한편 김씨가 30대 여성의 사체를 유기하는 과정을 도운 혐의로 입건된 김씨의 부인 서모(40)씨는 남편과 사망한 여성의 관계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경찰에 "남편이 창백한 얼굴로 들어와 의료사고로 환자가 죽었다고 설명했는데 당시에는 남편을 일단 도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서씨가 남편의 내연관계에 관한 사실을 알자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충격에 빠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