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구촌을 덮치고 있는 폭염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탓이며 지구온난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구소의 제임스 핸슨 소장이 경고했다.
그는 4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1988년 미 상원에 출석해 지구온난화 가능성을 경고했을 때 내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며 "지구의 기온이 상승할 것이라는 추정은 진실로 증명됐지만 극단적인 날씨가 얼마나 급격하게 증가할지를 예상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그는 AP통신에는 "기후변화는 이론이 아니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과학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핸슨 소장은 기후변화의 근거로 미국 과학아카데미 학회지에 6일 발표될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핸슨 소장과 동료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지구의 온도는 0.8도 올랐다. 또 폭염이나 혹한 같은 극단적인 날씨가 발생하는 빈도와 온도 변화폭도 증가했다. 1950년대부터 60년간 날씨를 분석한 결과 극단적인 날씨가 발생할 확률은 1951~1980년에는 300분의 1정도였던 것에 비해 1981~2010년에는 10분의 1로 증가했다. 온도변화 폭도 전반기 30년에는 0.1~0.2%였는데 후반기에는 10%까지 확대됐다.
핸슨 소장은 이 같은 결과가 기후 모델이나 대기물리학에 따른 예측이 아닌 실제 날씨에 기반한 연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의 예로 5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2003년 유럽의 폭염, 2010년 러시아를 덮친 혹서, 50억달러의 피해를 가져온 지난해 미국의 가뭄을 들었다.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염 역시 자료가 수집되면 같은 예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동안 상당수 학자들은 날씨에는 자연의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특정 날씨를 기후변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핸슨 소장은 "최근 날씨가 기후변화가 아닌 자연의 가변성에 의한 것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그런 가능성을 믿는 것은 직장을 그만두고 복권을 사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후 변화는 미래가 아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상황이 악화하기 전에 탄소세 인상, 청정에너지 개발 등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변화 연구로 2007년 노벨상을 공동수상한 앤드류 웨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는 "이제 기후변화가 존재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기후변화 이론에 회의적이었던 리처드 뮐러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나를 전향한 회의론자라고 불러도 된다"며 "지구온난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으며 그 원인은 인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견도 여전하다. 존 홀드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 보좌관은 성명을 통해 "폭염이 증가했다는 핸슨의 연구 결과는 기후 변화에 대한 증거를 강화한 것"이라면서도 "특정한 날씨를 기후변화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밝혔다. 존 크리스티 앨라배마대 교수도 "1950~80년대 날씨는 지나치게 평온했기 때문에 최근의 날씨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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