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5명과 황우여 당 대표, 김수한 경선관리위원장은 5일 저녁 긴급 연석회의를 갖고 4ㆍ11 총선 공천 헌금 의혹에 따른 경선 파행 사태를 일단 봉합하기로 했다.
이날 최대 쟁점은 비박(非朴)진영 주자들이 제기한 박 전 위원장의 책임론과 후보 사퇴론이었다. 한 비박 주자가 박 전 위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자 박 전 위원장은 "경선 후보에게 사퇴하라는 것은 부당하고 적절하지 못하다"고 즉각 반박했다고 배석한 홍일표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수한 위원장도 "후보 사퇴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거들었다. 박 전 위원장은 "총선 공천은 공천위원회가 사명감을 갖고 했고 비리가 발견되면 엄중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해 자신을 향한 책임론이 부적절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의혹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거듭 사과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연석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갖고 "박 전 위원장이 '공천은 독립적인 공천위에서 한 것으로 내가 (공천 헌금 의혹에 대해) 책임질 일이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박 전 위원장이 총선을 지휘한 자신의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수한 위원장 등 다른 참석자들은 "박 전 위원장의 그런 발언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도 이상일 캠프 대변인을 통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비박 진영 주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의 책임론을 더 이상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검찰 수사 결과 이번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당이 책임질 일 있으면 황 대표가 책임진다'는 선에서 접점을 찾았다. 황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던 비박 주자들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다만 임 전 실장은 "박 전 위원장과 입장 차를 확인한 것이지, (박 전 위원장 등의) 책임론을 유보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과 황 대표의 책임론 문제가 일단 정리되면서 비박 주자들은 6일부터 경선에 다시 참여하기로 했다. 이들은 3일부터 사흘 동안 경선 일정에 불참했다. 또 이번 의혹에 대해 조사하는 당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경선 후보가 추천하는 위원 5명을 진상조사위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로써 새누리당 경선이 당장 무산되는 것은 막게 됐다. 그러나 공천 비리 의혹이라는 대형 불씨가 남아 있는데다 박 전 위원장과 비박 주자들 간 감정적 앙금이 워낙 깊어 언제든 갈등이 다시 폭발할 수 있다. 불안한 봉합인 셈이다. 연석회의에선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의 탈당 문제에 대해서는 최고위원회의에 일임하기로 했는데, 최고위원회의는 6일 두 사람의 탈당 및 출당을 의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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