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에 울고 웃었다.
수많은 시련이 진종오(33ㆍKT)를 강하게 만들었다.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하계 올림픽 개인종목 2연패를 달성한 진종오는 첫 출전한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당시 그는 50m 권총에서 본선 567점을 기록하며 전체 1위로 결선에 진출, 첫 금메달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막상 결선이 시작되자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흔들렸다. 특히 7번째 발에서 어이없는 6.9점을 쏘며 그대로 주저 앉았다. 아쉽게 은메달을 차지한 진종오는 경기 후 "연습 시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점수를 기록해 기쁘기보다 슬프다. 실수한 게 너무 아쉽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눈을 감고 쏴도 나오는 점수를 기록했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4년 간 14만발을 쏘며 와신상담한 진종오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마지막 한 발에 웃을 수 있었다. 결선 9번째 발까지 2위 탄쭝량(중국)에게 1.9점 앞서며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을 손에 쥐는 상황에서 마지막 발을 4년 전 악몽이 떠오르게 하는 8.2점을 쐈다. 순간 그는 아테네 올림픽을 떠올리며 긴장했지만 탄쭝량이 9.2점을 쏘는 행운에 힘입어 0.2점 차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8.2점을 쏘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며 "메달권 안에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행운이 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그는 마찬가지로 마지막 한 발에서 동료 최영래(30ㆍ경기도청)를 제치고 역전에 성공했다. 1.6점 뒤져 있다 최영래가 마지막 발에서 8.1점을 쏘는 덕분에 10.2점을 기록한 진종오가 행운의 금메달을 목에 건 것.
그는 동료의 기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활짝 웃을 수 없었다. 진종오는 "영래에게 미안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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