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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기타지마 고스케와 올림픽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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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기타지마 고스케와 올림픽 정신

입력
2012.08.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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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일본 대학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공부했던 까닭에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이번 런던 올림픽까지 두 대회를 연속해서 일본에서 보게 됐다. 일본 선수가 출전한 경기 위주로 중계되다보니 태극전사의 선전을 함께 할 수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외국인으로서 보다 객관적으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경험이 된다.

일본의 올림픽 대표 선수 중 가장 인상 깊은 경기를 한 인물로 수영 평영 종목의 기타지마 고스케(北島康介)를 꼽고 싶다. 1982년 9월 생인 기타지마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평영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일본의 스포츠 영웅으로 등극했다. 그는 당시 금메달을 확정한 뒤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서 "조 기모치 이이(너무 기분 좋습니다)"라고 했는데 그 단순한 말이 그 해 일본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기타지마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같은 종목에 나란히 출전해 두 종목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일본에서 올림픽 2개 종목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기타지마가 유일하다.

꿈을 이룬 스포츠 스타들이 대개 그렇듯, 기타지마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한동안 향후 진로를 고민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목표로 수영을 계속할지 아니면 은퇴 후 다른 일을 해야 할지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일부 언론은 그가 은퇴 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포츠 의류 브랜드를 만들면 수천억엔대의 부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쇼맨십이 강하기 때문에 연예계로 진출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기타지마는 그렇게 3년 동안 방황한 뒤 다시 스스로에게 가장 좋아하는 것을 물었고 그것이 수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 나이로 서른 하나에 접어든 그는 올해 올림픽 본선 진출권에 재도전, 3종목에서 출전권을 따냈다.

아테네 올림픽과 베이징 올림픽에서 2연속 금메달을 따낸 기타지마였지만 런던 올림픽에서는 4위, 5위에 그쳤다. 그런데도 기타지마는 "즐겁게 최선을 다한 만큼 후회는 없다" "나는 못했지만 후배가 동메달을 따 기쁘다"고 말했다.

제2의 기타지마를 꿈꾸며 자란 후배들은 돌아온 영웅 선배의 도전에 자극 받았다. 그들은 "기타지마 선배가 빈 손으로 귀국하게 할 수는 없다"며 400m 혼계영에 기타지마와 함께 출전해 일본 수영 남자 단체전 사상 최고의 성적인 은메달을 따냈다.

스포츠 선수로서 더 이상 오를 자리가 없는 영예를 거머쥔 기타지마가 다시 수영을 하겠다고 했을 때 세간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업적을 갉아먹을 뿐이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하지만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 돌아온 기타지마를 두고 이제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이뤄낸 훌륭한 수영 선수라는 재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현재 올림픽에 출전중인 선수들은 모두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했고 그 결과 올림픽이라는 멋진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올림픽이 반드시 즐거운 것은 아니다. 좋은 성적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기대감, 그리고 거기에 부응해야 하다는 의무감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경기 자체를 즐기려는 문화가 최근 조금씩 생기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선수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관중도 결과에만 연연할 게 아니라 그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낼 때가 됐다. 그런 점에서 기타지마 선수의 귀환은, 올림픽을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게 한 좋은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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