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았다. 어두운 구석을 조금도 찾아 보기 어려울 만큼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5일(이하 한국시간)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합작한 신아람(26ㆍ계룡시청)은 시상식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배가 많이 고프다"라고 말했다. "저녁식사를 안하고 경기에 나갔느냐"고 반문하자 "'그 일'이후로 하도 억울하고 답답해서 밥이 안 넘어간다"고 말했다. '그 일' 이란 지난달 31일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벌어진'멈춘 1초'의 오심을 말한다. 신아람은 "평소 하루에 8시간을 잤는데 오심 파문 이후부터 4시간밖에 잠이 안 오더라"라고 말하며 적잖은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그는 그러면서 "개인전과 단체전 메달 중 하나를 고른다면 동료들과 함께 일군 단체전 은메달을 선택하겠다"며 동료들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하지만 그는 "비록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오심에 대한 가슴속 응어리는 전혀 풀리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신아람은 이어 국제펜싱연맹(FIE)이 제안하고 대한체육회가 받아들인 특별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신아람은 "특별상을 왜 주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특별할 게 없는 사람"이라고 말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한체육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안해 거부당한 공동 은메달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았다. 메달은 내 힘으로 따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신아람은 마지막으로 "엄마가 가장 보고 싶다. TV로 경기를 보면서 가슴이 찢어지셨을 것 같은데 은메달을 땄으니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신아람을 비롯한 정효정(28ㆍ부산시청), 최인정(22ㆍ계룡시청), 최은숙(26ㆍ광주 서구청)으로 꾸려진 대표팀은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25-39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펜싱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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