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에서 선수로 승부차기를 통해 4강 신화를 이뤘는데 이번에도 강팀을 상대로 승부차기에서 승리했다. 선수 때의 경험이 승부차기의 오더를 짤 때 도움이 됐는가.'
선수와 사령탑으로서 이룬 위대한 업적을 한 마디로 압축해서 던진 질문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5일(한국시간) 영국 단일팀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가벼운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그리고 솔직하고 자신감 있는 어투로 답했다. "10년 전과 똑 같은 승부차기 상황이 오늘 경기에도 와서 솔직히 힘들었다. 경험보다는 연습한대로 선수들을 믿고 침착하게 차 달라고 주문했다."
홍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 2002년 월드컵 4강, 2012년 올림픽 4강을 달성한 역사적인 기쁨을 맛봤다. 홍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8강 스페인과 경기에서 마지막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켜 기적 같은 4강행을 결정지은 바 있다.
2009년 20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 월드컵에서 8강 쾌거를 이끌며 믿음을 싹 틔운 홍 감독은 올림픽에서도 당당히 4강에 올라 주목을 끌고 있다. 경험을 중시하는 그는 국제대회를 두루 뛰며 자신감을 수확한 선수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팀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정신력까지 무장했다. 그는 "선수들이 체력적인 문제가 있어 굉장히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예상 외로 잘 견뎌줬다. 정신적으로 영국보다 더 강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치밀한 용병술과 전략도 적중했다.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공격수 지동원(선덜랜드)이 선제골을 터트렸고, 골키퍼 이범영(부산)도 작전을 잘 수행해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홍 감독은 "1년 동안 영국에서 활약하며 마음고생을 했고 선수가 아직 보여주지 못한 뭔가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영국 선수들과 경기를 해봤기 때문에 적응이 빨라 자신 있고 힘있게 경기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지동원의 첫 선발 출전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범영에게 연장 후반 막판에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며 '승부차기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는 영국 선수들을 더욱 압박했다. 이범영은 경기 막판 시간 지연으로 경고까지 받았지만 다 홍 감독의 전략이었다. 홍 감독은 "영국이 그 동안 큰 대회에서 승부차기에 약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승부차기까지 가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2명의 선수가 부상당했고 페널티킥을 2개나 내주며 흔들렸지만 선수들을 잘 다독였다. 홍 감독은 "선수들이 조금 흥분했던 것 같다. 흥분을 경계했다. 선수들이 영국보다 기량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상대가 귀찮아서 짜증 낼 때까지 압박하도록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카디프=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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