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특출한 선수들은 평소에도 뛰어나지만, 중요한 순간에 특히 더 잘하는 것 같다.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은 챔피언 결정전과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4쿼터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곤 했다. 한창 때의 타이거 우즈는 마지막 날 역전을 당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차범근은 선수 시절 늘 자신이 결승골을 넣어야 직성이 풀렸다고 한다. 스포츠뿐 아니라 바둑에서도 전성기의 조훈현, 이창호는 평소에도 물론 무지막지하게 강했지만 특히 세계대회 결승국에서 외국의 기사에게는 진 적이 없다.
이런 결과는 특출한 선수들이 다른 선수들보다 기량도 뛰어나지만, 특히 집중력이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류 선수라면 배우고 연습해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간 사람들이므로, 사실 기량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 단계 더 올라가서 우승을 밥 먹듯 하는 초일류 선수가 되는 것은 중요한 순간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집중력이 중요한 것은 스포츠 경기만이 아니다.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은 모두 얼마나 엄청난 집중력으로 연구에 몰두했는가 하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인 뉴턴은 한창 연구에 집중할 때는 식사도 하지 않았고, 거의 잠도 자지 않았다고 한다. 하인이 식사를 차려서 갖다 주어도 얼마 후에 가보면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기가 일쑤였고, 몸의 피로를 돌보지 않아, 옷을 입은 채로 쓰러져 잠든 뉴턴을 업어다가 침대에 뉘어야 했다고 한다.
어니스트 러더퍼드는 원자의 핵을 발견한 20세기 초 영국의 위대한 실험 물리학자다. 그 밖에도 러더퍼드는 처음으로 원자를 인공적으로 다른 원자로 바꾸는 데 성공했으며, 양성자를 발견하고, 방사선이 세 종류임을 알아내는 등 현대물리학의 초석을 놓은 사람이다. 러더퍼드는 케임브리지에서 학위를 받고 처음에 캐나다의 맥길대 교수로 부임했는데, 당시 러더퍼드의 조수였던 화학자 프레데릭 소디는 러더퍼드와의 연구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를 따르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는 약 2년 동안 한 개인이 평생 동안 펼친 것보다 더 많은 연구 업적을 남겼다. 한 연구소의 존속 기간 절반의 성과보다 많은 것이었다." 평생을 이런 식으로 연구에 몰두했던 러더퍼드 덕분에 러더퍼드 본인 뿐 아니라 소디를 비롯한 그의 제자 및 조수 9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낳은 가장 훌륭한 물리학자 이휘소에 대해서도 이런 증언을 들을 수 있다. 이휘소의 제자인 강주상 고려대 교수가 쓴 <이휘소 평전> 에 따르면 이휘소의 어머니가 미국에서 결혼하고 교수가 되어 자리를 잡은 큰아들을 방문했다가 오래 머물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집에 있는 시간에도 이휘소는 항상 무언가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어서, 어머니가 말을 걸어도 못 들을 때가 많았을 정도로 연구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여생을 큰아들 집에서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친 듯한 아들의 모습에, 아들과 같이 사는 것을 포기하고 곧 귀국했다. 큰아들 집에 머무는 동안 어머니가 가장 많이 본 그의 모습은 우두커니 벽을 바라보거나 이마에 손을 댄 채 찡그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휘소>
위대한 과학자의 업적은 마치 마술처럼, 신의 계시를 받은 것처럼 보인다. 뛰어난 선수의 플레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은 마술도 우연도 아니다. 과학이건 스포츠건 간에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마술적인 모습이란 오랜 노력에 더해진 결국 집중력의 결과다. 그러니까 마술을 보고 싶으면, 모두들 자신의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주자. 아니 꼭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자신만의 마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자신이 그토록 집중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된다.
이강영 건국대 물리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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