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사브르 단체전은 대한펜싱협회가 금메달 후보 1순위로 찍었던 종목이다. 개인 랭킹이 모두 높고 국제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둬왔기 때문이다. 여태껏 올림픽 남자 사브르에서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개인전 메달이 유력했지만 구본길(23)과 김정환(29ㆍ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원우영(30ㆍ서울메트로)이 줄줄이 탈락하면서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이로 인해 남자 사브르팀은 단체전이 열리기 하루 전날에 의미 있는 단합 모임을 가졌다. 맏형 원우영을 포함한 4명은 '다른 종목들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뭘 하는 거냐. 힘을 합쳐 똘똘 뭉쳐 한국 남자 사브르의 힘을 보여주자'며 굳게 결의했다. 이 같은 단합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남자 사브르는 금빛뿐 아니라 한국 선수단 동ㆍ하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을 안았다.
구본길 김정환 원우영 오은석(29ㆍ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 꾸려진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런던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루마니아를 45-26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 6위 한국은 적극적인 공격으로 세계 4위 루마니아를 압도하며 감격적인 금메달을 차지했다.
사브르 대표팀의 주축인 구본길(4위)과 원우영(8위), 김정환(11위)이 모두 세계 정상권이라 메달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펜싱은 1~10위의 기량이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해 당일 컨디션에 따라서 메달 색깔이 갈리는 종목. 김정환과 원우영이 10-5까지 벌리며 앞서간 한국은 4세트에 20-16으로 추격당했지만 이후 구본길이 맹활약하면서 여유롭게 승리했다.
예상치 못했던 100번째 금메달을 따낸 남자 사브르팀은 날아갈 듯이 기뻐했다. 김정환은 "결승전 올라가기 한 시간 반 전에 100번째 금메달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너무나 큰 영광이다. 좋은 일이 있으려니 겹치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탈리아를 준결승에서 제압했을 때 금메달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남자 사브르는 스스로 큰 무대 체질이라고 할 정도로 일단 4강에 올라가면 어김없이 '사고'를 쳐왔다. 원우영은 "일단 4강에 올라가기만 하면 우승을 하거나 3ㆍ4위전에서 3위를 하지 그냥 내려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대회에서 그 동안 한국의 빠른 움직임과 체력을 잘 이용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잘하는 걸로 확실히 승부를 보자고 다짐하고 그것만 파고 들었다"며 전략을 설명했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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