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이제 중반에 접어들었다. 누군가 물었다. 결과만 알면 됐지 굳이 그렇게 밤잠 설쳐가며 전 경기를 다 볼 것까지야 있냐고. 천만의 말씀, 스포츠는 결과보다 그 과정 가운데 내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 힘이 작용함을 왜 모를까.
우리 모두 어차피 죽을 운명인데 왜들 이렇게 악착같이 살아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이 운명의 수레바퀴를 스포츠가 몸소 굴려 증명해 보인 적 어디 한두 번이던가. 그래서인지 나는 공부 잘하는 친구보다 운동 잘하는 친구를 신뢰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멀리뛰기 선수였던 나는 같은 육상부에서 높이뛰기 선수였던 한 녀석을 졸졸 따라다닌 적이 있다.
가난했고 말랐고 말수가 없는데다 반 꼴찌여서 내 관심을 더 끌지 않았나 싶다. 복사뼈를 다쳐 일찌감치 운동을 그만둔 나와 달리 체육중학교에 특기생으로 입학한 녀석을 다시 만난 건 그로부터 몇 년 뒤 전국체전이 열리던 공설운동장에서였다. 응원단으로 관중석에 앉아 있던 내가 경기 전 운동장에서 몸을 풀던 녀석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운동장을 향해 미친 듯이 뛰었고 너 지금 왜 달리냐, 라는 자문을 던졌을 때야 비로소 발을 멈출 수 있었다. 그나저나 육상 경기 보다 말고 첫사랑 타령하는 나는 뭐라니. 어쨌든 국가대표로 올림픽 출전하면 따라가서 응원하겠다는 내 편지를 아직 안 버렸다는 녀석은 지금 인천에서 미용실을 한다. 공짜라도 차마 거긴 못 가겠는 내 심정을 녀석은 알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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