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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놀이 '제주도의 푸른캠프'/ "그림은 도화지에만 그리는 게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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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놀이 '제주도의 푸른캠프'/ "그림은 도화지에만 그리는 게 아니란다"

입력
2012.08.0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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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도화지를 벗어나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공기가 흐르는 이 공간이 도화지라고 생각해보세요. 이 벽에서 바닥을 거쳐 저 벽까지 가면 평면이 아니라 입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그림은 종이 위에 그려야 한다고 생각하던 어른과 아이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설명을 마친 설치·드로잉작가 전윤정씨가 검정색 테이프를 들고 직접 드로잉을 시작한다. 검정펜으로 그리듯, 하얀 전시장 벽에 테이프를 붙이고 바닥을 지나 계단 손잡이까지 연결했다. 팽팽하게 공간을 가로지른 테이프에 세로줄 두 개를 붙이고, 가로줄 몇 개를 더하니 문도 하나 생긴다.

"나 그림 못 그리는데"라며 잔뜩 긴장하던 아이들도 신기한 듯 테이프 앞으로 모여들었다. 작가의 시범이 끝나자 여섯 가족은 각자 '우리집'에 대한 이미지를 도화지에 그리고는 그것을 검정테이프로 3차원의 공간으로 옮겨냈다.

4일과 5일, 1박 2일간 제주 한경면 저지리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제주도의 푸른캠프'에서는 자연과 예술, 예술과 놀이의 경계가 없었다. 돌과 모래, 나뭇가지 등 자연이 예술의 재료요 소재다. 마음 가는 대로 그리고 붙이니 작품도 뚝딱 완성된다. 4살 꼬마부터 40대 아빠까지, 서툰 손놀림에도 열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제주현대미술관과 제주 올레길, 금릉해수욕장으로 이어진 이 캠프는 제주현대미술관(관장 김창우)과 인천아트플랫폼(관장 이승미) 공동주최로 올해 처음 열렸다. 초·중학생 자녀를 둔 여섯 가족에게 '예술로 놀이하는 방법'을 알려준 작가는 전윤정씨를 비롯한 인천아트플랫폼 3기 레지던스 입주작가 김창기(조각)씨와 이수영씨(퍼포먼스). 제주현대미술관 레지던스 입주작가 신규빈씨도 최근 작업 중인 프로젝션 맵핑을 선보였다.

제주현대미술관은 장소만으로도 예술적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주변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는 화가 박서보, 박광진, 이명복씨와 세계 최대 야생화 박물관 방림원 대표 방한숙씨 등의 작업실 혹은 전시장과 거주공간 등이 자리하고 있다. 원로 화가 김흥수,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명창 안숙선씨 등도 입주가 예정되어 있다.

경기 용인시에서 초등학생 아들, 딸과 함께 온 김진경(39)씨는 "지난해 첫 전시를 한 인형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현대미술작가들의 뛰어난 상상력과 재기 넘치는 작업을 보고 체험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제주=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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