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예스.", "오 예스." 모하메드 파라(29ㆍ영국)가 결승선에 가장 먼저 골인하자 영국 BBC 방송 해설자는 감격한 나머지 다른 말을 아예 입에 올리지도 못했다.
가슴에 유니언잭(영국 국기)을 단 영국 선수가 5일(한국시간) 새벽에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1만m레이스에서 100년만에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1만m 종목은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때부터 도입됐지만 대회 초기엔 핀란드, 최근엔 에티오피아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영국 선수론 마이크 맥로드가 1984년 LA올림픽에서 딴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더구나 이날은 케네니사 베켈레(30ㆍ에티오피아)의 사상 첫 올림픽 3연패(2004년 이후)와 에티오피아의 대회 5연패(1996년 이후)가 유력했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새로운 '중장거리 황제'로 등극한 파라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초대 손님'에 지나지 않았다. 파라가 27분30초4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파라의 훈련 파트너인 갤런 럽(26ㆍ미국)이 0.48초 차이로 은메달, 베켈레의 친동생 타리쿠(25ㆍ에티오피아)가 27분31초43으로 골인, 동메달을 나눠가졌다.
5,000m와 1만m 세계신기록을 보유한 베켈레는 27분32초44에 머물러 4위에 그쳤다.
출발은 부진했다. 400m트랙 25바퀴를 돌아야 하는 트랙 최장거리 종목 1만m레이스에서 파라는 중반 12바퀴째까지 9위로 밀렸었다. 하지만 파라는 속도를 조절하며 때를 기다렸다. 1,000m를 남겨두고 선두와 거의 어깨를 나란히 했다. 치고 나가기엔 이른 타이밍. 레이스는 점점 뜨거워졌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8만여명의 관중은 때마침 자신의 애칭 '모 파라'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파라는 남은 에너지를 쏟아 붓기로 했다. 마지막 400m 한 바퀴를 남겨두고 선두로 나선 파라는 2위와 5m이상 격차를 벌리며 여유 있게 골인했다. 막판 갤런 럽이 가파르게 추격에 나섰으나 미치지 못했다.
파라는 원래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태어났다. 지부티를 거쳐 8세 때 영국으로 귀화한 그는 타고난 장거리 주자의 재능이 일찍부터 빛을 발해 2001년 유럽주니어선수권에서 5,000m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5,000m 결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등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미국으로 건너가 명 조련사 알베르토 살라자르 코치의 지도 아래 기량이 급상승, 불과 한 달 만에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5,000m 금메달과 1만m 은메달을 손에 넣었다. "아내와 어린 딸 등 가족들과 가장 먼저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그는 "내가 우승하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파라는 올림픽 전부터 "트랙종목은 이번이 마지막 출전"이라며 "내년부터 마라톤으로 전향하겠다"고 밝혔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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